미군이 2일 이라크 내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표적 근본주의 정파에 대해 기습 작전을 벌였다.미군은 이날 오전 수니파 무슬림학자협의회 고위 성직자인 무타나 아리스 알 다리의 차량을 수색,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오후에는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조직의 근거지인 남부 쿠파 자흐라 지역에 진입, 그의 무장 전위대인 메흐디군과 교전을 벌였다. 알 사드르의 바그다드 집도 포위했다.
미군의 전격적인 기습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기독교회 동시테러 등 악화일로의 치안 상황과 관련, 이라크 내 저항 세력과 근본주의 움직임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학자 협의회는 '미군의 무덤'인 팔루자 등 수니파 저항 세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변인 역할을 했고, 알 사드르 조직은 4월 남부에서 시아파 반미 무장 봉기를 주도했다.
임시정부 안착을 위한 정치적 압박의 성격도 짙다. 두 단체는 임시정부의 주권을 부인해 왔고, 최근 "미군 철수 전 정치 참여는 없다"며 임시정부의 의회 구성을 위한 국민회의 참가도 거부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군의 기습과 체포 작전은 주권 이양의 정치 일정에 걸림돌이 되는 세력을 두고만 보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무슬림학자협의회는 2일 "알 다리 체포는 국민회의 불참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와중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등 알 카에다와 연계된 외국인 무장 세력의 테러는 2일에도 큰 파장을 미쳤다.
터키 트럭운전사 협회는 이날 자르카위의 '유일신과 성전'이 전날 터키인 운전사를 살해한 것과 관련 미군 납품 수송 중단을 선언했다. 매일 200∼300대의 터키 트럭이 미군 보급품을 운반한 만큼 미군 병참에 차질이 예상된다.
인도도 자국민 노동자 철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회 테러 이후 상당수 기독교인도 신변 위협 때문에 해외 탈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3일에는 바그다드의 한 경찰서장이 노변 폭탄 테러에 숨지기도 했다.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이슬람군 파병도 점점 벽에 부딪치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가장 유력한 파병국 후보인 파키스탄까지 2일 "지금처럼 불안전한 상황에서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했다.
현 상황에서 밝은 소식은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14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한 것 정도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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