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주일간 휴가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여권의 과거사 규명 공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미리 작심을 한 듯 10분이 넘도록 투자 부진, 해외자본유출 등 경제위기 상황을 짚은 뒤 모든 것이 국민의 체제 불안심리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체성을 중점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간첩이 민주인사가 되고 군장성을 취조하는 나라를 만드는 게 대통령이 말하는 미래 국가냐"며 "대통령 생각이 이렇다면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대로라면 경제는 살아날 수 없고 경제뿐만 아니라 나라 전반 어떤 것도 제대로 갈 수 없다"며 "민생이 급하니 먼저 챙기자고 하는 데 근본문제가 (정체성 위기에) 있는데 민생만 한다고 뭐가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바느질할 수 없고 암에 걸린 사람에게 아스피린 먹인다고 치료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일부 당직자는 여권의 반격이 박 대표에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해 "악역은 당에 맡기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더 이상 대표가 앞에 나서서는 안 된다"(김영선 최고위원), "이제는 우리가 민생을 챙길 때"(이성헌 사무부총장)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오히려 "나는 얼마든지 비난 받아도 괜찮다"며 "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태릉선수촌 방문차 자리를 뜬 뒤 당직자들이 다시 방향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날세운 朴대표" 조언 누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연일 대여 강공을 펼치자 박 대표의 조언그룹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동안 박 대표의 조언그룹은 실체가 확인된 적이 없다. 박 대표측도 "대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국의 큰 흐름을 뒤바꾼 '전면전' 선언과 같은 결단을 박 대표 혼자 내렸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언자들은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내정된 박세일 의원을 비롯한 이한구 정책위의장, 김형오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과 당내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정도.
하지만 박 의원은 최근 '박 대표 유신 사과론'을 제기한 뒤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는 후문이다. 대신 당 바깥의 자문그룹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면전'선언에는 이병기 전 이회창 총재특보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특보가 "야당 대표가 과반 집권 여당에 맞설 무기는 선명성 밖에 없다"고 조언했고, 박 대표는 강·온 노선을 저울질 하다 강경책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는 박 대표가 과거 상당 수 야당 총재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 공조직을 외면한 채 외곽의 비선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지 않을 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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