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중국 단둥에 갔을 때 북한 신의주를 매일 보면서 화교들은 물론 북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평양 아가씨들로 3년 계약으로 중국으로 온 경우였다. 어떤 북한 아가씨가 "캐나다말로 '안녕하십니까'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어봤을 만큼 영어 교육이 일반화되지 않은 것도 알 수 있었다. 식당의 중국인들은 러시아나 프랑스에서 오래 살았지만 영어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영어만 하면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거기서는 통하지 않았다.'세계어'가 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1950년 세계 인구의 9%에 해당됐지만 2050년이 되면 5%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2000년부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보다는 외국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많아졌다. 즉 영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임이 사실이지만 영어로 생각하면서 영어를 사랑하는 모국어 인구는 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과 무역을 할 때 영어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중국어를 배우면 되지 왜 양쪽 다 영어를 해야 되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어 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중국어 학원들의 광고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그렇다. "너, 아직도 영어학원을 다녀?"라는 식으로 중국어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광고가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만일 영어가 세계어의 지위를 잃어버리면 대신 무슨 언어가 세계어가 될 것인가. 아시아 몇 나라에서만 사용되는데다 한자 배우기가 어려운 중국어가 세계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출생률이 높은 아랍에는 아랍어가 계속 남아 있을 것이고, 문법적인 예외가 없어 다른 언어보다 배우기가 수월한 에스페란토어도 19세기부터 세계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용인구가 200만 명에 불과하다.
'세계어'라는 것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터넷조차 어느 정도 기술이 있는 나라에서만 쓸 수 있으니 아직까지는 영어가 세상의 정확한 대표어라 할 수 없다. 인터넷을 안 쓰고 주변 국가들과만 무역하며 그 곳의 언어만 쓰는 사회가 많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캐나다인/프리랜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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