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이 지속되는데도 고유가로 물가가 급등,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불황 극복을 위한 '떨이 처분'으로 일부 업종에서는 가격 폭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는 교통요금과 석유류 가격 등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도, 고유가 행진의 장기화에 따른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고유가 탓이며 유가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은 연간 목표치인 3.5%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유가 요인만 빼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가 오를 때 발생하며, 올들어 국제 유가가 30% 이상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완전 부인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배럴당 평균 26.79달러였던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30일에는 35.97달러로 34%나 상승했다. 정부가 올해 초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예측했던 연 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24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물가에는 상승 압력이, 성장률에는 하락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연간 평균 국제유가가 25달러에서 35달러로 10달러 오르면 석유제품 값의 상승으로 국내 물가는 1% 추가 상승하고, 성장률은 0.6% 가량 하락하게 된다. 또 원유 수입액의 증가로 경상수지에는 약 120억달러의 적자요인이 발생한다. 요컨대 유가 폭등으로 당초 5%대로 잡았던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은 힘겹게 되는 반면 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불가피한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리 경제에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으며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내수회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를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의 권혁부 연구원은 "3분기 물가는 4% 초반이나 중반에서 움직이고 수출은 둔화되며 내수는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며 "일시적 관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언급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회복세를 더 더디게 하고 이는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부로서도 대책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2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간부회의를 소집, 지금까지 비상계획에 따라 대처해 온 유가동향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을 것을 지시했다. 이 부총리는 "6일 열리는 경제장관간담회에서도 유가 대응책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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