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 채소와 건어물 등을 파는 재래상점과 좌판들이 즐비하지만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평소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는 주부들로 좁아 터지던 골목이 오히려 넓어 보인다. 닭고기 가게에서 생닭을 꼼꼼히 들춰보던 박수연(54)씨는 "몇 달 전만 해도 생닭 한 마리에 3,000원대였는데 지금은 5,000원이나 한다"며 "날씨가 더워 저녁 식탁에 삼계탕을 올리려 했지만 저 가격이면 시켜먹는 것과 별 차이 없다"며 빈손으로 돌아섰다.
경기 과천시 새서울마트에서 쇼핑을 하던 주부 송재금(38)씨의 커다란 쇼핑카트 안에는 1,000㏄짜리 우유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송씨는 "채소 과일 생선 육류 할 것 없이 밥상에 올리는 물건은 모두 한달 전보다 30% 이상 올랐다"며 "아이가 수박을 좋아해 며칠 전 9,000원 하던 기억에 사러 나왔는데 오늘은 1만5,000원으로 껑충 뛰었다"면서 몇 번이나 수박을 만지작거리다 내려 놓았다.
계산대로 발길을 옮기던 송씨는 "네 식구 7월 생활비가 한달 전보다 20만원이나 더 늘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정은주(35)씨도 "7살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최근 식대비 인상을 이유로 24만원이던 기본비를 26만원으로 올린 데다, 24개월 된 아이의 분유 값이 1만6,800원에서 1만7,300원으로 올라 애들 키우기도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생필품인 채소와 과일류, 생선 육류 등 농·수·축산물 가격이 불과 2개월 새 2배 이상 폭등한데다 교통비와 기름값도 치솟으면서 불황으로 가뜩이나 살림이 어려워진 서민들의 등이 휠 지경이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부근 원당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애숙(47·봉천11동)씨는 "5월까지만 해도 100g에 1,200원하던 삼겹살이 지금은 1,700원이나 한다"며 "서민들이 밥상에 꼭 올려야 하는 생필품 가격의 오름세가 유독 가파르다"고 푸념했다. 시장 상인 강모(66)씨는 "사람들이 무조건 싼 것만 찾기 때문에 일반 마트에서 1,000원에 2개 하는 오이를 3개씩 팔고 있다"며 "여름이라 계절적으로 채소값이 오르는 시기이긴 하지만 파는 입장에서 봐도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 중앙시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고르던 김정림(46)씨는 "물가가 비싸 보름 만에 장을 보러 나왔다"며 "남편 수입은 뻔한데 물가는 오르기만 하니 가계부 적기도 포기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시장 야채가게 직원 신재열(25)씨는 "장마에다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채소 출하량이 줄어 1근에 1,000원하던 상추가 3,000원으로 폭등하고 무와 부추도 2배 가까이 뛰었다"며 "가격을 물어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그냥 돌아가는 주부가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산품도 예외가 아니다. 밀가루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데다 국제 원유가 마저 치솟으면서 라면 참기름 참치 식용유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공산품 가격이 최고 40% 이상 올랐다. 농협 하나로마트 안양점 이진섭(41) 팀장은 "워낙 불경기이다 보니 업체들이 소비자가격을 원가 상승분만큼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조만간 가격을 또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인점에서 쇼핑을 하던 주부 정병주(53)씨는 "쌀 10㎏과 과일 4가지, 생선과 아이들 유제품 몇 개 샀는데 10만원이 훌쩍 넘었다"며 "예전에는 과일을 박스로 사다 놓고 먹었는데 요즘은 너무 비싸서 2,000원, 3,000원씩 찔끔찔끔 사다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는 수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남부중앙시장에서 어물전과 횟집을 함께 운영하는 민모(53)씨는 "1만원에 5마리 정도 하던 오징어도 요즘은 2∼3마리가 시세"라고 말했다.
경기 일산신도시에 사는 주부 김정연(43)씨는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남편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자동차를 집에 두고 전철을 타고 다니지만 환승비와 거리 가산금이 붙으면서 대중교통비마저 25% 이상 올라 만만치 않다"며 "식구들 옷값을 줄인지는 오래고 이제 아이들 학원마저 끊어야 할 처지"라며 한숨 쉬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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