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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금 피서"/텐트에 먹거리까지 "자급자족형"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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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금 피서"/텐트에 먹거리까지 "자급자족형" 휴가

입력
200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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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텐트 치고 자지, 음식은 집에서 싸오지…. 피서객들 구두쇠 작전에 여름 한 철 '반짝장사'도 옛말이에요." 살인적인 무더위로 연일 피서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경기불황으로 인해 지갑을 열지 않는 '자린고비 피서객'이 크게 늘면서 피서지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삿짐' 수준의 준비물로 완벽하게 무장한 피서객들이 자급자족형 휴가를 즐기는 통에 예년에 비해 피서지 상가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

특히 올해는 피서객들이 콘도나 민박을 이용해야 하는 바닷가보다 텐트 하나로 알뜰피서를 즐길 수 있는 산간계곡으로 대거 몰리면서 '대한민국 피서1번지' 동해안의 상가매출도 30∼40%가량 줄어들었다. 강릉 경포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올해는 많은 피서객들이 먹을 거리와 해수욕 도구를 챙겨오는 것은 물론, 숙박까지 텐트에서 해결하며 돈을 안 쓰고 있다"면서 "한 철 장사인데 손님들이 이렇게 지갑들을 안 여니 헛물만 켜다 여름 다 가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K횟집 주인 김모(56·여)씨도 "손님이 지난해의 절반도 안 되는데다 피서객들이 모두 먹을 것을 싸 가지고 와 백사장에서 지지고 볶느라 야단"이라며 "가게마다 주인들이 나와 호객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달 31일 전남 해남군 송호리 해수욕장에도 대부분의 피서객들이 먹을 것과 피서도구를 챙겨오는 바람에 해수욕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 피서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도 식당 10여곳과 유료샤워장 4곳 등 인근 상가에는 파리만 날렸다. 텐트, 파라솔, 돗자리 대여가게도 미리 준비해 온 피서객들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기는 매한가지였다. 송호리 해수욕장 관계자는 "올해는 유난히 당일치기 피서객이 많은 데다 먹을 것과 피서 도구 모두를 가져오는 등 알뜰피서가 확산돼 식당 하루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가족과 함께 피서를 온 정모(37·여·광주 서구 내방동)씨는 "경기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피서지에 와 텅텅 빈 상가를 보니 경제난이 실감된다"고 말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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