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봉사활동을 나가면서도 아이는 어딜 가야 힘이 덜 들고 쉬울까 궁리한다. 그러지 말고 공원의 잡초뽑기 같이 확실하게 몸으로 때우는 일을 찾아보라고 하자 이렇게 대답한다. "어른도 일자리를 구할 때, 처음엔 다들 편하고 돈 많이 받는 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다가 그게 안 되니까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는 거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쉬운 자리를 구해보다가 그게 안 되면 나중에 몸으로 때우러 가는 거라구요."어쨌거나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닌 끝에 아이는 내일 우체국에 나오라는 허락을 받고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그곳에서 점심까지 얻어먹고 돌아왔다. 누가 사주더냐니까 이렇게 대답했다. "어제 봉사활동자리 구하려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 그냥 하루 두시간만 하고 물러나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전표 분리 작업을 하는데 거기 누나들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또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걸 국장님이 보시고, 내일도 나오라고 점심을 사주셨어요."
그게 꼭 일을 잘해서 사준 점심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저로서는 '한끼 점심의 지엄함과 훈훈함'을 동시에 배우고 온 듯했다. 곳곳에 그렇게 우리 삶의 스승님이 계신 것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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