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민감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카말 하라지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달 31일 소문으로만 떠돌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생산 재개를 공식 확인하자 미국을 위시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유엔 안보리 상정 등 다각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라지 장관은 이날 "아직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진 않았다"며 "핵 활동은 원자력 연구를 위한 자구책'이라고 극구 해명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란이 핵 활동 전면 중단을 촉구한 6월 IAEA 비난 결의안과 원심분리기 가동 중단에 합의한 지난해 10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국과의 협약을 파기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IAEA는 다음달 정례이사회에서 경제제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유엔 안보리 상정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란이 IAEA가 봉인한 핵 시설을 개봉했다고 해서 2년 전 IAEA 사찰단원을 쫓아내고 일방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던 북한과 동일시하긴 곤란해 보인다. 북한과는 달리 이란은 NPT 회원국으로 농축시설을 영구 폐쇄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사전에 IAEA에 시설 재가동 의사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란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핵 프로그램에 제동을 걸려는 국제사회에 맞서면서까지 핵을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이란은 지난해 IAEA의 거듭된 압력에 못 이겨 고농축우라늄 원료를 암시장에서 구입했고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P-2 원심분리기를 가동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여기에 이란 당국은 최근 원심분리기에 주입해 우라늄을 무기급으로 농축시키는 '우라늄 6플루오르화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실제 이란은 지난달 29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개국과의 회담에서 우라늄 농축계획을 강행하겠다고 못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강행으로 국제적 분위기는 흉흉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처럼 이란의 핵 시설을 선제 공습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최근 이란의 9·11 테러 연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란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 사태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이란 압박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마저 제기될 정도이다.
이에 이란은 미국이 새로운 적을 만들어 이라크 정책 실패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반발하면서 핵 카드를 꺼내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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