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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76>레이먼드 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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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76>레이먼드 카버

입력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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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8월2일 미국 단편 작가 레이먼드 카버가 50세로 작고했다. 시인 테스 갤러거와 재혼한 지 두 달 만이었다. 시인이기도 했던 카버는 1970년대 말 이후 미국 문학에서 단편소설이 새롭게 생기를 얻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작가다. 스티븐 크레인이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리얼리즘 전통을 이어받은 그의 작품 세계는 흔히 '미니멀리즘'으로 불렸는데, 작가 자신은 이 딱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미니멀리즘이라는 말이 문학세계의 왜소함을 암시하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영화 '숏 컷'(1993)은 카버의 단편을 여럿 조합해 만든 것이다.19세 때 세 살 아래의 메리언 버크와 결혼한 카버는 돈벌이를 하며 캘리포니아 훔볼트대학과 아이오와대학에서 글쓰기 훈련을 받은 뒤 시라큐스대학을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영어와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그러나 경제 사정은 늘 나빴고 아내와도 화목하지 못했던 데다가 알코올 중독까지 겹쳐 사생활이 밝지 못했다. 36세 때 첫 소설집 '내 입장이 돼 봐'(1974)를 냈지만 평단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두 해 뒤 소설집 '제발 조용히 해줘'를 내면서 크게 이름을 얻었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전적이다"라는 그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카버의 작품들은 대체로 경험을 토대로 쓰여졌다. 노동자나 외판원, 웨이트리스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무력감, 사랑이 결핍된 결혼의 힘겨움 같은 그의 소설 제재들은 카버 자신이나 부모의 상황이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세계를 연상시키는 무거운 분위기를 명료하고 간결한 문장에 실음으로써, 카버는 1960∼70년대 미국의 실험적 단편들이 내쫓았던 독자들을 다시 끌어 모았다. 일상의 그늘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핍진하게 묘사한 탓에 그는 '더러운 리얼리스트'로 불렸지만, 그것은 작가에게 가장 명예로운 호칭이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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