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증권 주가가 '유상감자'를 재료로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 등락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사한 규모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제2, 제3의 준비설도 유포되고 있어 유상감자가 증시를 달굴 새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증권가에 따르면 세종증권 주가는 몇 달간 1,600∼1,700원대에 머물다 농협 피인수설에 지난달 20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3일 2,230원까지(이하 종가) 치솟았으나 피인수설이 흐지부지되며 26일부터 3일간 1,83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29일 유상감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공시에 다시 2일 연속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며 지난주말 2,415원에 마감했다.
유상감자 종목, 투자 위험성 커
세종증권 주가가 급등한 것은 유상감자가 실시될 경우 최대 20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 때문이다.
만약 50%의 유상감자가 실시된다면, 주주는 액면가의 절반인 1주당 2,500원을 현금으로 받게 된다. 현 세종증권의 주가가 액면가(5,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급등 전날인 28일 종가(1,830원)로 1,000주를 구입했다면 500주 유상감자 배당금 250만원과 주식 500주(30일 종가기준 122만5,000원) 등 총 372만5,000원을 받을 수 있어 204%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수익률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우증권 구철호 연구위원은 "세종증권의 경우 유상감자 여부나 감자비율 등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행되더라도 감자규모는 37%를 넘기가 힘들 것"이라 지적한다.
세종증권의 자본금이 현재 1,600억원 정도이며,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영업순자본비율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감안할 경우 유상감자의 최대규모가 6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유상감자 이후 통상적으로 주가가 추락하기 때문에 남은 주식의 가치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무리한 자금 회수 대책 시급
일반 투자자는 물론 증권업 종사자에게도 낯설었던 유상감자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진 것은 브릿지증권이 5월말 한밤 공시를 통해 유상감자 추진을 전격 발표하면서부터다. 브릿지증권 이사회는 총발행 주식의 67.33%인 1억5,000만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유상감자를 결의해 대주주인 외국계 자본 BIH에게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되돌려 줬다.
브릿지증권 노조 관계자는 "고배당, 사옥매각 등과 함께 수차례의 유상감자를 통해 BIH는 투자원금 2,200억원을 대부분 회수했다"며 "그 결과 브릿지증권은 직원 550명 중 320명이 명예퇴직하고, 전국 29개 점포 가운데 19개의 문을 닫은 채 또 다시 3자매각의 수순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상감자가 대주주 투자금 회수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최근 증권가에서는 생사기로에 선 중소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그럴듯한 유상감자 추진설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대 무역학과 이찬근 교수는 "기업의 계속성마저 위협하면서 대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는 유상감자는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행위"라며 "당국은 관련규정 미비를 핑계로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조사권 발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 유상감자 (有償減資)
자본금을 줄인 뒤 회사의 자금으로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것이다. 기업은 불필요한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자기자본수익률을 높이고 회사가치를 축소해 매각 등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유상감자를 실행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상증자 등으로 자본금을 부풀린 직후 유상감자를 실시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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