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기만 할 뿐, 왠지 생명이 없는 듯 여겨지는 뼈. 그러나 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직이다. 체중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뼈의 절반은 수분이며 단백질과 미네랄이 나머지 50%를 차지한다. 뼈 무게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비슷하나, 여자는 지방이 많고 남자는 근육이 많아, 키가 같다면 남자가 체중이 더 나간다.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소장(인제대의대 교수)은 “미네랄 함량은 총 체중의 3~4%인데, 이중 대부분이 칼슘”이라면서 “여성은 1kg, 남성은 1.2kg의 칼슘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여자 뼈는 왜 남자보다 약할까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소장(울산대의대교수)은 “여자는 남자보다 골격의 양 자체가 적고 골밀도도 낮아 남자보다 뼈가 약하다”면서 “특히 폐경 후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해, 50대 이상 여성은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남자보다 4~5배 높다”고 말했다. 여성의 골량이 적은 건, 어렸을 때 운동량이 남자보다 적기 때문이다.
남자나 여자나 일생 중 가장 뼈가 단단한 시기는 골밀도가 가장 높아지는 30대다. 보통 30~35세까지 증가하다 이후부터 줄어든다. 남성은 1년에 약 0.4%씩, 여성은 0.75~1%씩 감소한다. 여성은 폐경기에 이르면 갑자기 골 손실폭이 커져 골밀도가 매년 2~3%씩 감소한다. 진 교수는 “특히 폐경 후 약 3~4년 동안은 에스트로겐 생산이 갑자기 멈추면서 골 소실 속도와 폭이 가장 큰 위험한 시기”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남성은 60대 후반에 접어들어야 골밀도가 크게 떨어지지만 여성은 30대 후반부터 뼈가 약해지기 시작한다”며 “평생 동안 남자는 최대 골밀도의 20~30%가, 여자는 40~50%가 소실된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특별히 골손실의 가속도가 붙는 경우가 있다. 진 교수는 “뼈 질환의 병력이 있는 경우, 키가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경우, 과도한 갑상선, 혹은 부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경우, 당뇨나 조기폐경을 겪은 경우 골밀도 감소 폭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외에 칼슘이나 비타민D 섭취 부족, 운동 부족, 흡연 등이 골밀도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 뼈가 튼튼해야 하는 이유
골다공증은 뼈가 폐경 노화 해로운 약물 사용 등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정상에 비해 뼈에 구멍이 많이 생기고, 얇아지는 질환을 말한다. 장기간의 영양섭취, 특히 칼슘이 부족하고 신체 활동이 별로 없는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서 가장 발생되기 쉽다. 진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뼈의 콜라겐과 칼슘이 감소하는 상태”라면서 “골다공증은 초기엔 증상없이 진행되다 골절이 나타난 후에야 발견돼 ‘조용한 도둑’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은 폐경 후 증가하기 시작, 노년기가 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다. 65세 이상 여성2명중 1명, 남자는 5명중 1명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손목과 다리의 골절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스펀지 모양을 한 뼈(소주골)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소주 골은 폐경 직후 1년에 5%이상 사라져 없어진다.
진 교수는 “골다공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요통, 허리 변형, 신장 감소, 쇠약, 무기력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뼈를 튼튼히 하려면
뼈는 약해지기 전에 튼튼히 해야 한다. 뼈는 개개인이 저축한 만큼 골량을 지니게 되며, 30세 이전에 골량을 만들어야 한다.
소녀기 청소년기는 전체 골격 성장의 45%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다. 강재헌 교수는 “특히 칼슘은 최대 골 질량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청소년기에는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19세 여자의 1일 칼슘 권장량은 800㎎이다. 매일 800~900㎎을 섭취하려면 칼슘의 가장 좋은 급원으로 평가되는 우유 및 유제품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또 칼슘의 체내 이용률을 증진시키는 유당, 단백질, 비타민C와 D의 섭취도 충분히 하도록 한다.
가임기 건강한 임신과 출산, 또 태아의 성장을 위해 엄마의 몸에 미리 칼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성인의 칼슘 권장량은 800~1,000mg. 특히 20대 여성은 자신의 골량을 20%이상 올릴 수 있으므로, 골량을 많이 저축해 놓으면 좋다.
진 교수는 “젊었을 때 날씬해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노년기에 골다공증에 걸린 위험성이 크다”면서 “적당하게 지방층이 있어야 뼈도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폐경기 50세 이후에도 뼈의 감소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감소하는 속도는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자들의 칼슘 섭취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진 교수는 “국내 50~65세 여성의 1일 칼슘 섭취량은 700㎎ 이하”라면서 “ 폐경기 여성은 1,500㎎의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뼈는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뼈는 적절한 힘을 받지 않으면 약해진다. 진 교수는 “꼼짝하지 않고 침대에만 누워있으면 매월 5%씩 골 소실이 발생한다”면서 “중력이 없는 장소에서 장시간 생활하던 우주비행사에서 골다공증이 발병한다”고 말했다.
뼈에 좋은 운동은 산책과 걷기다. 일광욕도 겸하게 되므로 비타민D를 흡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외에 줄넘기 조깅 등산 낮은 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도 전문가들은 권한다. 진 교수는 “청장년기에는 1주에 4시간 이상 걷기나 뛰기운동을 해 뼈를 튼튼히 해야 갱년기 이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면서 ”골밀도가 낮거나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는 격렬한 운동이 골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yjsong@hk.co.kr
■ 뼈에 좋은 식품
콩 속에 다량 들어있는 아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화학구조가 비슷하며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두부 된장 콩나물 두유 등 콩 관련 식품은 다 좋지만 순두부에 아이소플라본이 가장 많으므로 순두부를 즐겨 먹으면 좋다. 우유와 멸치 등 고칼슘 식품도 중요하다. 칼슘은 뼈를 지탱한다.
골밀도가 낮은 여성에겐 하루 1,000~1,500㎎의 칼슘이 필요하다. 이 양을 채우려면 매일 우유 2잔(칼슘400㎎)과 멸치 반 접시(400㎎), 시금치 반단(200㎎), 종합비타민제 1알(200㎎), 치즈 3장(300㎎)을 모두 먹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식품을 매일 먹기 어렵다면 칼슘제제를 따로 복용한다. 칼슘제제는 구연산칼슘 제제가 흡수가 잘 된다.
호두와 땅콩 등 견과류도 뼈에 좋다. 견과류엔 칼슘 흡수를 돕는 마그네슘이 많다. 자두에 많은 보론(붕소의 일종)도 뼈 형성을 돕기 때문이다. 매일 자두 한개만 먹어도 충분하다.
■ 뼈에 나쁜 식품
뼈를 해치는 4인방은 술 커피 소금 설탕이다. 모두 칼슘 배설을 촉진해 골다공증을 악화시킨다. 골다공증이 있다면 커피는 하루 두 잔 이내로 제한하고 음식은 싱겁고 달지않게 조리해야 한다.
고기를 적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 근육과 달리 뼈엔 고기가 좋지 않다.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뼈에서 소변으로 칼슘이 빠져나가게 된다. 적어도 골다공증 예방엔 채식주의가 좋다. 단백질 섭취는 생선이나 계란을 통해서 한다.
청량음료도 나쁘다. 청량음료에 많은 인이 칼슘을 빼내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경우 1주에 4캔 이상 청량음료를 마시면 칼슘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섬유소는 비만과 변비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만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라면 좋지 않다. 섬유소가 음식물 속의 칼슘을 대변으로 빼앗아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환자는 너무 많은 섬유소를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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