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의 수학자인 조주경씨가 남녘 땅의 어머니 신재순씨를 그리며 50년 넘게 써온 편지가 조 교수 사망 이후 북한 월간지에 공개됐다. 하지만 신씨 역시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주위 사람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있다.1일 입수된 북한 잡지 '금수강산' 7월호는 조씨의 사망 사실을 밝힌 뒤 그가 1950년부터 어머니에게 쓰기 시작한 편지 내용과 유족 사진을 소개하면서 편지내용이 신씨에게 전해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신씨는 안타깝게도 이 잡지가 발행된 7월12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신씨 모자는 각각 나이가 구순과 칠순에 가깝던 2000년 8월 제1차 이산가족 상봉 당시 50년만에 만났다. 이들이 헤어진 것은 서울대에 다니던 조씨가 한국전 발발 직후(당시 18세) 의용군이 되면서부터다. 조씨는 전투에서 한팔을 잃은 뒤 홀로 월북, 김일성종합대를 나와 이 대학의 수학교수가 됐다.
'금수강산'에 따르면 조씨 집에 있는 편지는 1950년부터 연대별로 정리돼 있다. 첫 편지로 추정되는 빛 바랜 봉투 안에는 "서울의 그 셋방에서 기다리시겠다더니 지금 어디 계십니까. 세상에 한점 혈육만을 남기신 어머님께 효도 못하는 이 아들은 가슴이 미어집니다"라는 내용의 편지가 들어 있다.
조씨는 또 대구 제3중학교와 대학에 입학한 자신의 학비를 어머니가 품을 팔고 피를 팔아 마련했다면서 진한 그리움을 전했다. "온종일 지친 몸을 끌며 돌아왔어도 셋방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방해할까봐 신발을 벗어보지 못한 채 또 일감을 찾아 떠나던 어머니였습니다."
'금수강산'은 조씨의 사망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조주경은 눈을 감지 못하고 갔다고 한다. 아마 90고령의 어머니의 모습을 죽어서라도 눈가에 담아보려는 듯"이라고 썼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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