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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청년실업, 구조적 진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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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청년실업, 구조적 진단부터

입력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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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작년 6월과 비교해서 올해 6월 15∼19세의 실업률은 2%가량 늘어 16.8%이고 20∼29세의 실업률도 약간 늘어 7.2%를 기록했다. 7월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실업의 한 지표인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인정받은 실업자가 작년에 비해 26%가량 증가했고 작년의 실업급여자 중에 25∼29세와 30∼34세가 38%를 차지하고 있다.높은 실업률은 실업자가 보유한 직무경험이나 숙련도를 감소시키고 삶의 의욕을 저하시키며,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과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근로자들이 상당 기간 경제의 중추적인 노동력을 형성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를 낳는다.

여러 복잡한 사회·경제적 환경이 청년실업을 낳는다. 우선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의 성장전략이나 인사정책과 관련이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고도성장 하에서 높은 고용창출을 낳았던 우리의 기업들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상당한 경쟁압박에 직면해 있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낮은 인건비에 기초한 가격경쟁력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품질 및 성능 우위를 앞세운 경쟁력에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업종에서 기업 합병이나 해외 이전 등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여건 하에서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신규 채용을 자제하고 노동비용을 줄이고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이나 적응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게 된다. 최근에 빠르게 성장하는 서비스 부문의 기업들도 이런 형태의 고용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수요적 측면 외에도 노동공급과 관련된 사회적 환경의 특성이나 변화도 청년실업과 관련성이 높다. 우선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은 그 부모 세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경제적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이런 환경에서 자란 세대들은 직업을 잡으려는 의욕이나 규모 있는 소비지출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이것이 이 세대들이 임금이나 대우 면에서 눈높이를 낮춘 취업을 기피하고 신용카드 불량률을 높이는 이유일 수 있다. 또 과거 세대와 달리 권위적 기업문화에 적응하는 태도도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 결국 사회적으로 열망하고 추구해 온 경제적 풍요가 젊은 세대의 근로의욕이나 소비습관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빈약한 교육·훈련체계도 청년실업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과거에 활발하게 운영되던 상업이나 공업 분야 등의 실업계 고교 교육이 최근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졸업하기 힘들고 사회적 대우가 낮은 이공계 대학 진학 기피가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다. 현재의 대학교육도 기업의 인력수요와 부합하지 못하고 이론교육에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배움을 숭상하는 유교적 교육문화와 화이트컬러를 선호하는 직업문화 속에서 학생들의 실질적 적성이나 산업의 인력수요와 괴리된 진학이나 진로 선택이 흔하다. 근본적으로는 학생들의 능력을 획일화된 학업성적만으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대학이나 직장 등이 배정되는 우리 사회의 평가제도가 문제일 수도 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사회적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에 기초한 사회적 고민이나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기업의 성장전략이나 인사정책을 개혁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압력이나 정책적 지원, 청소년들의 직업선택이나 소비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 개혁, 실업계 고교나 이공계 대학 교육에 대한 체계적 지원, 건전한 직업문화 및 교육문화 배양 등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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