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법조비리 단속 결과, 변호사 13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39명이 적발됐지만 법원과 검찰이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감싸거나 당사자의 신원을 철저히 비공개하는 등 '제 식구 봐주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검찰은 지난 4월부터 석달간 전국 지검과 지청에서 법조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변호사 13명(구속 3명), 변호사 사무장 31명(구속 20명) 등 총 139명(구속 84명)을 형사처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사건 소개료가 1,000만원 미만인 변호사 9명은 대한변호사협회에 통보, 징계토록 했다.
변협에 통보된 변호사 중에는 브로커 2명에게서 1건씩 사건을 소개받은 고검장 출신 김모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소개료가 입건 기준인 1,000만원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 변호사를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검찰 고위직 출신의 김 변호사를 제대로 수사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랐다.
검찰은 이에 대해 "김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한 브로커는 전문 브로커가 아니며 사건당사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당사자와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고 계좌추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건 기준인 '소개료 1,000만원'은 검찰의 자의적 잣대이며, 다른 사건처리와 비교할 때 매우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검찰·법원 직원이 대가 없이 변호사를 소개해주기만 해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변호사법의 엄격함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도 검찰의 구속수사 기준(5,000만원)보다 높은 6,250만원의 소개료를 제공한 판사 출신 변호사에 대해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바로 구속영장을 기각해 역시 봐주기 의혹을 샀다.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기록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원은 또 검찰이 청구한 계좌 압수수색 영장 2건을 '소명부족'을 이유로 기각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번 수임비리 수사 과정에서 '법원 출신 변호사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번 수사는 사건 수임이 많은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사건수임 브로커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비리가 적발된 변호사의 출신은 사전에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변호사 수임비리 백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수임비리를 보면 변호사 업계의 윤리의식 부재가 심각한 지경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비리 유형인 '브로커를 통한 사건 알선'은 변호사 업계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정 의지를 밝혀왔음에도 근절되지 않았다. 브로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알선료를 지급했다가 적발된 변호사 11명 중에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박모 변호사는 교통사고 전문 브로커 구모씨를 사무장으로 등록하고 사건 소개비로 월 200만∼300만원에 추가로 성공수수료의 20%를 지급하는 등 1년간 무려 250건을 소개받고 모두 5,80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구속됐다. 브로커 구씨는 박 변호사의 사무실 임대보증금 4,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직원 4명 중 3명을 자신이 채용해 월급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법무관 출신의 하모 변호사는 브로커 사무장 정모씨 등 2명으로부터 17건의 사건을 소개받고 건당 수수료 680만원씩 모두 1억1,57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구속된 전문 브로커 김모씨의 경우 새로 개업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만 찾아다니며 사건을 집중적으로 알선해 줬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브로커 홍모씨의 경우 법조인 검색 프로그램을 손수 개발해 법조인 정보를 미리 입력해 둔 뒤 의뢰인에게 적합한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지능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이밖에 정모 변호사는 사기 피의자를 불구속으로 수사받게 해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챙겼고, 이모 변호사는 경매 전문 브로커에게 39차례나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5,503만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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