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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DDA협상" 골격 합의/高관세 품목 많은 한국농업엔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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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DDA협상" 골격 합의/高관세 품목 많은 한국농업엔 불리

입력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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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제5차 칸쿤 각료회의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의 기본골격이 진통 끝에 1일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중대 기로에 처했던 다자체제 협상의 틀이 유지될 수 있게 됐다.이번 합의문은 '원칙의 원칙'만 담고 있을 뿐이며, 다자간 협상을 지속한다는 선언적 의미만 갖고 있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농업분야의 경우 물론 세부원칙 협상에 달려있긴 하지만 추가 개방압력이 한층 강화되는 등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공산품 등 비농산물 분야는 수출시장의 관세장벽 제거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개방파고 불가피

우선 합의문은 농산물 시장접근(관세감축) 분야에서 브라질과 인도를 포함한 20개 농업 개도국 그룹(G20)이 주장한 '구간별 감축방식'을 채택했다. 구간별 감축이란 관세율에 따라 구간을 정한 뒤 세율이 높은 구간일수록 세율을 많이 줄이는 방식이다. 100% 이상 고관세 품목이 142개인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며, 해당 품목에서의 대폭적인 추가 개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관세상한 설정을 막지 못하고 고율관세로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민감품목에 대한 저율관세 의무수입물량(TRQ) 증량 반대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아픈 부분이다. TRQ는 국내 농산물 보호를 위해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로 수입을 허용하지만,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다만 영세 개도국그룹(G33)과의 공조로 하루만에 개도국의 특별품목(SP)에 대한 TRQ증량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이 삽입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또 추곡수매제와 같은 국내 보조는 높은 보조를 지급하는 국가일수록 더 큰 폭으로 감축하도록 하고, 이행기간의 첫해에 무역왜곡보조금 총액의 20% 이상을 감축하도록 한 것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도국 지위 유지·관세상한 저지 관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향후 있을 세부원칙 협상에서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관세 상한 설정을 저지하는 것이다.

300% 이상 고관세 품목이 94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관세 상한이 설정되면 대대적인 시장개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농가소득의 51.6%를 차지한 쌀의 경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150%의 관세상한이 붙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될 경우 국내 쌀 소득은 7조원대에서 2010년에는 2조원대로 급감하게 된다. 국내 쌀 산업의 붕괴는 불을 보듯 자명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쌀 협상에서 쌀 관세화 유예를 기본입장으로 하되 수출국들의 과도한 요구가 있으면 관세화도 검토할 수 있다는 원칙이어서 관세화로 전환될 경우 쌀을 민감품목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감품목에 대한 관세율이 정해지지 않아 쌀 시장 피해규모를 현재로선 짐작하기 힘들다.

전망과 과제

기본골격에 이은 세부원칙 협상은 9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DDA 협상은 당초 올 연말까지가 실질적인 시한이었지만 이번 기본골격 합의문에서 제6차 각료회의(내년 12월 홍콩 개최) 때까지 연장됐다.

정부는 공산품 시장에선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추구하되, 농업부문에선 개방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데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통상교섭본부 안총기 세계무역기구과장은 "이번 협상은 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정도의 의미다"라면서 "향후 협상과정에서 어떻게 우리나라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농촌 몰락 부를 것" 농민단체들 반발

농민단체와 농민들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합의안이 국내 농업기반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고 다음달 10일 시군단위로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및 쌀개방반대 식량주권사수를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는 등 강경대응키로 했다.

1일 농민회 등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DDA가 우리 농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항은 '관세 및 보조금 삭감'으로 현재 200% 이상의 고율관세가 부과되는 참깨(665%)와 마늘(380%), 옥수수(346%) 등 100여 품목의 관세를 대폭 삭감할 형편이어서 우리 농가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또 올해 1조4,90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 농업보조금이 줄어들면 정부가 이 보조금으로 사들이던 쌀과 보리의 수매량이 줄어들면서 수매제도가 무의미해 질 전망이다.

농민단체들은 외국 농산물의 공격을 관세로도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쌀생산 농가의 존립이 위협받아 농촌의 몰락을 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의성농민회 조장래(39) 사무국장은 "정부가 우리 공산품 수출길을 넓히기 위해 농업을 희생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현재 4%정도 개방된 쌀시장마저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생존권과 직결되는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농민투표'도 실시하는 등 농민들이 똘똘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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