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최근 이슬람권 소비자들을 겨냥해 '메카폰'을 내놓았다. 나침반처럼 방위 표시 기능을 가진 이 휴대폰은 하루에도 몇 차례 이슬람 성지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려야 하는 이슬람 신도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가 매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갈아치우며 수출 효자 업종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처럼 해외 현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특화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지역별로 고유한 문화와 역사적 전통,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기부 마케팅(미국)', '문화 마케팅(러시아)', '스포츠 마케팅(남미)', '사회공헌 마케팅(아프리카)' 등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매년 한차례 스포츠 스타 등 유명 인사들이 모여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희망의 사계절 행사'를 열고 있다. 기부를 중요한 사회적 활동으로 여기고 있는 미국에서 '기부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문화,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러시아는 '문화 마케팅'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문학 발전을 위해 삼성톨스토이문학상을 제정했고 LG전자는 러시아 주요 도시를 도는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스포츠 마케팅'이 인기다. LG전자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 상파울로 축구팀을 후원해 브랜드 인지도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프리카에서는 '사회공헌 마케팅'이 통한다. LG전자는 2002년부터 매년 모로코에서 어린이 언청이 환자에 대한 의료 지원을 해주고 있다.
지역별 마케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별 날씨와 문화 등에 따라 특화 제품을 내놓는 것. LG전자는 중동지역을 겨냥해 고온에서도 작동하는 '트로피칼 에어컨'과 먼지 제거 기능이 뛰어난 '플라즈마 덕트형' 에어컨을 수출하고 있다.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러시아에는 '냉난방 겸용 에어컨'을 출시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습기가 많은 일본에서 세탁조 회전으로 바람을 일으켜 건조기능을 크게 강화한 세탁기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이 부족한 중동지역에서는 '자물쇠 냉장고'를 선보이고 있다.
문화적 특성도 중요한 변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거실이 큰 중동의 가옥구조에 맞춰 음향이 보통 제품보다 3배 가량 큰 TV를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크리켓이 인기인 인도에서 크리켓 전자오락을 할 수 있는 크리켓 TV를 내놓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 강호섭 부장은 "1997년 진출한 LG전자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현지화 제품을 꾸준히 밀고 나간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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