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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정예' 자존심 北女들이 지킨다/75명 파견 북한 선수단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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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정예' 자존심 北女들이 지킨다/75명 파견 북한 선수단 유망주

입력
2004.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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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북녀(北女)’를 앞세워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북한은 유도 역도 마라톤 체조 탁구 사격 레슬링 복싱 등 9개 종목에 36명의 선수를 비롯해 75명의 선수단을 아네테로 파견한다. 은메달과 동메달만 1개씩 따내 60위에 그쳤던 시드니(2000)의 악몽을 털기 위해 ‘소수 정예’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금메달 4개 이상을 따 금4, 동5개로 16위에 올랐던 바르셀로나(92)의 영광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단(376명)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출전선수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녹록치 않다.

더구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인민체육인’을 넘어 ‘공화국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는 기회다. 아파트 및 자가용 지급, 배급량 상승 등 차관급 이상 대우를 받는 공화국 영웅은 체육인이 북한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선수들의 투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노다지 밭을 일구는 ‘북녀(北女)’들을 소개한다.

계순희 : 3체급 세계석권 '金 0순위'

96년 7월 16세 북한 소녀가 오른발로 세계를 걸어 넘겼다.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유도 48㎏급 결승에서 계순희(24)가 유도종주국 일본의 여장부 다무라 료코를 쓰러뜨린 건 일대 사건이었다. 세계랭킹조차 없어 와일드카드를 받아 겨우 나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무명, 그것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10대가 반란을 일으켰으니 그 충격을 짐작할만하다.계순희는 북한에 첫 올림픽 여성 금메달을 안기면서 ‘순희 열풍’을 일으켰고 공화국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엔 평양시 인민회의 대의원에 뽑히는 등 정치활동도 열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에선 준결승(52㎏급)서 아깝게 판정으로 져 동메달에 그쳤지만 2001(52㎏급), 2003(57㎏급)세계선수권 우승 등 무려 세 체급에서 세계를 제패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아테네에선 57㎏급에 도전해 올림픽 2연패를 꿈꾼다.

세계도 계순희를 ‘금메달 0순위’로 꼽고 있다. 최근 국제유도연맹(IJF)은 “계순희는 세 체급에서 세계타이틀을 딴 최초의 선수로 세계 최고의 유도 영웅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계순희만 있는 게 아니다. 북한 여자유도는 부산아시안게임(2002) 금메달리스트 홍옥성(63㎏급)과 2001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리경옥(48㎏급)이 세계를 메칠 채비를 하고 있다.

리성희 : 시드니 실격의 恨 '와신상담'

어이없는 은메달이었다. ‘북조선이 낳은 여자 역사(力士)’ 리성희(25)는 시드니 때 여자 역도 58㎏급에 참가했지만 자신의 순서를 착각하는 바람에 제한시간을 넘겨 실격돼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금메달을 놓쳤다.

방콕아시안게임(98) 아시아선수권(99, 2000) 용상에서 내리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데다 숙적 첸얀칭(중국)마저 빠진 경기를 놓쳤으니 서린 한이 천추(千秋)에 사무칠 수밖에 없다.

와신상담한 리성희는 53㎏급으로 체급을 낮춰 아테네 금빛 바벨로 한풀이를 시도한다. 2002, 2003세계선수권에서 각각 2개의 세계기록까지 세웠으니 이제 결전만 남은 셈이다.

함봉실 : 이봉주와 마라톤 남북 동반우승 노려

부산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 이봉주(34)와 더불어 동반 우승해 ‘남남북녀’ 금메달 신화를 만든 북한의 여자 마라토너 함봉실(30) 역시 금메달 유망주다. 둘 다 이름에 ‘봉’자가 들어가 ‘봉봉남매’로 불리는 두 사람은 이미 5월 중국 쿤밍의 해발 1,800m 고지에서 지옥훈련을 함께 하며 금빛 약속을 했다. 북한 여자마라톤은 99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정성옥이 우승을 했던 종목이라 기대가 크다.

이밖에 부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단체전을 우승으로 이끈 김현희와 김향미, 지난해 체조 세계선수권 여자 도마 2위 강윤미, 이단평행봉 4위 천광숙도 복병으로 나선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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