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누구나 한번쯤 보양식을 찾게 된다. 한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보양식으로는 보신탕을 우선 떠올리지만,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이 경우 대안은 역시 삼계탕이다. 맛과 영양에서 보신탕에 뒤지지 않은 것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에게나 친근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 삼계탕이 올 여름, 더욱 진화한다. 전복과 낙지, 참게까지 들어가는가 하면 각종 한약재를 듬뿍 넣고 우려낸 진국 삼계탕이 등장했고, 씨암탉만을 삶아낸 씨암탉 삼계탕도 입을 유혹한다. 이른바 삼계탕의 업그레이드다.
한가지 재료라도 더 좋아지고 많아진, 삼계탕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면 더위에 떨어진 원기도 회복하고 처진 식욕도 살아난다.
● 진국한방 삼계탕-한방삼계탕 (02)564-9920 서울 강남 우성APT 4거리
삼계탕 국물이 진해졌다. 한술 떠 보면 걸쭉함이 느껴진다. 배를 갈라 옆으로 펴서 눕힌 닭 위에 얹혀진 각종 한약재는 진한 육수가 어디서 왔는지를 말해 준다. 인삼도 많이 들어가고 황기 대추 구기자 잣 감초 밤 은행 등도 푸짐하다.
진국한방 삼계탕은 닭에 여러 한약재를 가득 넣고 푹 삶아낸다. 재료는 일반 삼계탕과 비슷하지만 더 많은 재료가 들어가 약재 성분이 더 강하다.
엑기스만을 농축시킨 삼계탕인 셈이어서 약닭찜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고 한약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맛과 향이 강하다. 오히려 기분좋은 약내가 난다고 할까. 그래서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일반 삼계탕은 싱겁다고 못먹는 경우도 있다.
삼계탕육수를 넣고 찜솥에 30분 이상 삶아낸 후에도 뜸을 들이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덜 수 있다. 1만5,000원
이 집에서는 일반 삼계탕도 평범하지 않다. 남성한방 삼계탕과 여성한방 삼계탕으로 구분된다. 남성용 삼계탕에는 혈액순환을 도와 준다는 녹각, 숙취해소와 간 기능을 보해 준다는 갈근이 더 많이 들어간다. 여성용에는 피부 미용에 효과가 좋다는 구기자와 감초가 더 보태진다.
진한 삼계탕 국물 맛을 내는 비결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육수가 으뜸이다. 엄나무와 황기 등 한약재에 닭발, 찹쌀을 넣고 12시간 이상 끓여낸 육수는 진하다.
닭도 50일 정도 자란 웅추(雄椎)만을 사용한다. 주문하면 인삼주가 나오는데 제법 독한 것이 고기를 발라 먹을 때 반주로 어울린다. 식사 후에는 직접 끓인 쌍화차가 후식으로 나온다. 한약 냄새는 강하지만 맛은 부드럽다.
● 전복참게 삼계탕-우슬이네 (031)923-7100 자유로 장항IC 지난 후 SK주유소 뒷편
인삼이나 닭만으로는 부족해서일까. 최고의 영양식이라는 전복과 귀한 참게, 그리고 산낙지까지 통째로 넣고 끓여낸다. 육수를 끓이는데도 인삼도 아닌 홍삼을 사용하고 들어 가는 한약재도 40여가지나 된다.
그래서 이름이 전복참게 삼계탕이다. 함께 들어가는 낙지나 굴 대하 제첩 등은 이름을 내세우지도 못한다. 음식 칼럼니스트 김종훈씨가 운영하는 일산 신도시의 우슬이네에서 맛볼 수 있는 보양 삼계탕이다.
한방에서 닭은 따뜻한 성질, 전복과 참게는 차가운 성질을 지닌 음식이다. 그래서 전복과 참게가 들어간 삼계탕은 일반 삼계탕을 쉽게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없다. 열을 빼는 홍삼을 쓴 것도 그 때문.
한약재가 40여가지나 들어 갔는데도 약재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국물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다. 참게의 쌉싸스름한 맛까지 어우러져 오히려 담백 개운하다.
오골계를 비롯, 당귀 복분자 삼지구엽초 구기자 등 한약재와 다시마 북어 무 등 온갖 재료를 넣고 끓여낸 육수 맛의 비결은 숙성에도 있다. 가마솥에 끓여 육수를 내는데 최종 재료를 배합하는 것은 주인 김씨 혼자서 직접 작업한다. 그러고는 15도의 냉장실에서 1주일 가량 숙성시킨다.
닭은 모두 식당 아래편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기른 것들이다. 닭들이 운동하게끔 충분한 공간을 줘 살점이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전복과 낙지, 참게도 산 것만을 쓴다.
불그스름한 빛깔의 백김치는 고기로 텁텁해진 입맛을 살려 준다. 붉은 색깔이 나는 것은 제주선인장으로 물을 들인 때문이다. 사과와 배즙, 식초로 숙성시켜 달콤하면서도 시큼하다. 2~3인용 8만원부터 크기 별로 12만원까지. 오골계전복참게 삼계탕도 있다.
● 씨암탉 삼계탕-행자골 (031)704-9997 이매역 1번출구 SK주유소 왼편
옛날 처가집에서는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줬다. 분당 신도시 이매동에 있는 행자골에 가면 모든 손님이 귀한 사위가 된다. 씨암탉은 겉보기에는 일반 닭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배를 갈라 보면 안에 알집과 노란 알들을 품고 있다. 많으면 7~8개, 보통 3~4개는 되는 노른자는 알 마다 크기가 다 다르다. 알집을 까 보면 흰자와 노른자가 함께 섞여 있는 계란이 그대로 보인다.
뱃속에 알을 품고 있는 씨암탉은 6개월 이상 자란 닭들이다. 보통 8~10개월 된 것들이 쪄서 질그릇에 담겨 나온다. 고기 자체는 쪄서 나오기 때문에 백숙이지만 육수가 더해지기 때문에 말 그대로 씨암탉 삼계탕이 된다.
처음 그릇 밑에까지 보일 정도로 맑은 육수는 황기와 오가피 당귀 천궁 감초 등 여러 한약재와 함께 끓여지는 동안 진하게 우러나 사골국물처럼 뽀얘진다.
닭은 모두 주인 이동원씨가 청평의 농장에서 직접 기른다. 항생제나 호르몬제 대신 황토 참숯가루 목초액 현미식초를 먹여 면역력을 높인 닭들이다.
우리에 가두지 않고 방목한 것들이어서 그런지 살점에서 닭들이 마당을 노닐던 생기가 느껴진다. 보통 퍽퍽하기 일쑤인 닭가슴살을 먹어 보면 꼭 다리 살을 먹는 것 같다. 그만큼 쫄깃하고 탄력이 있다. 고기를 소금 대신 특별히 만든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맛도 별스럽다.
식사 전에는 주인 이씨가 야샨을 다니며 직접 채취해 온 야생초를 숙성시켜 만든 야생초차와 닭죽으로 허기를 채운다. 마무리 식사로는 닭칼국수를 끓여준다. 2~3인분 3만5,000원. 덩치가 훨씬 크고 살점이 더 쫄깃한 수탉은 4인용 6만원.
/글·사진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체질따라 삼계탕이나 장어
여름철의 대표적인 보양식 삼계탕은 어린 닭에 인삼과 마늘 대추 찹쌀 등을 넣고 물을 부어 푹 고아서 만든 음식으로 계삼탕(鷄蔘湯)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손꼽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이다.
원래 계삼탕으로 불리다 삼계탕이 된 것은 인삼이 대중화되면서 삼을 위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라고 전해진다.
여러 음식 중에서도 삼계탕은 특히 스태미너를 증진시켜 주는 고단백음식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이나 서구 사람들도 감기에 걸리면 민간요법으로 닭수프를 끓여 먹는다.
삼계탕을 끓일 때는 들어가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돌솥이나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은 흰살 닭을 이용해 삼계탕을 만드는데 오골계로 만든 것은 더욱 귀하게 여긴다.
예인 한의원 최형석 원장은 “보양은 양기를 북돋는 보양(補陽)이 아니라 원기를 살려준다는 보양(保養)으로 체질에 맞는 음식으로 스태미너를 살려 준다는 의미”라며 “혹 삼계탕이 몸에 맞지 않는 이들에게는 장어 같은 성질이 차가운 음식이 보양식으로 적당하다”고 권한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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