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30일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국방부 간의'총기 발사 논란'은 사안별로 양쪽 모두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감사원은 이날 '총기 발사 논란'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문사위측의 '국방부 검찰담당관인 인 모 상사가 권총을 발사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한 결과, 인 상사가 주장한대로 가스발사총(YSR007)에 공포탄을 넣어 발사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어 "인 상사가 공포탄을 발사한 뒤 의문사위 직원들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과잉대응"이라며 "그러나 의문사위가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권총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신뢰성을 실추시킨 무책임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의문사위 직원들이 인 상사의 동의를 받은 것처럼 말하고 자료를 가져간 것이 확인됐지만 의문사위가 제시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은 인위적으로 편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의문사위의 인 상사 회유·협박 주장도 "의문사위 직원들이 '열린우리당 이모 지부장과 청와대 모수석을 거론하고 의문사위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인 상사가 주장한 '국가인권위원회 4급 특채'라는 표현을 쓴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인 상사가 자기과시를 위해 마치 중요한 자료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줘 의문사위 직원이 무리하게 서류를 가져가고 회유하도록 한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정 모 전 국방부 특별조사단장의 협박발언 여부는 "정 단장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죽는다'는 식의 오해가 있는 부적절한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녹음을 해도 좋다'는 등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을 미루어 위협을 느낄 정도의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 감사결과 반응
국방부는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총기발사 논란에 대해 감사원이 실제 총기가 아니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인모 상사의 주장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지적하기는 했으나, 실제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감사원이 '양비론적' 결과를 제시한 데에는 불만을 표시했다. 무엇보다 감사원이 국방부에 대해 미확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국가기관의 공신력이 실추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한 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의문사위가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해 자구수준에서 대응을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일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한범 대외협력팀장은 "감사기관의 조사 결과에 국가기관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고 다른 의문사위 관계자는 "모든 일은 대외협력팀에 물어보라"며 대답을 꺼렸다. 하지만 몇몇 직원들은 "정확한 감사 내용을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감사원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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