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여행패턴은 대체로 한 곳에 숙소를 잡은 뒤 아침 일찍 나와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고 밤늦게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비싼 호텔이나 콘도를 가더라도 숙소는 말 그대로 잠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발품을 팔며 여기저기 열심히 쏘다니지만 이런 여행에선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다.
주5일제의 확산으로 이런 추세도 바뀌기 시작했다. 유람형 관광이 체류형, 혹은 체험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변화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남한강 자락인 양평에 들어선 펜션 ‘토마토밸리’가 그 곳이다.
경치가 빼어난 남한강을 배경으로 숙식을 하면서, 수상스키를 비롯한 다양한 수상레저를 즐기고, 야생화전시실에서 수시로 피고지는 들꽃을 감상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간다면 물레를 돌리며 직접 도자기를 구워 보고, 해지는 저녁노을을 벗삼아 돼지바비큐를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울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펜션내에서 원스톱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토마토밸리의 장점이다. 외국의 유명 리조트에서나 가능한 이른바 ‘모든 것이 포함된(all-inclusive)’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팔당대교를 지나 남한강과 나란히 하는 6번 국도를 따라 양평 방향으로 직진, 양근대교에서 우회전한 뒤 88번 지방도를 따라 5㎞ 가량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토마토밸리를 만난다.
중부고속도로 경안IC에서 나와 88번 지방도를 따라 양평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바탕골예술관을 지나오는 길도 있다. 네덜란드식 풍차가 달린 스위스풍의 숙박시설로, 동화속 궁전을 보는 듯한 운치가 흐른다.
이 일대는 피라미드카페와 거북선카페 등 휘황찬란한 카페촌과 러브호텔로 익히 알려졌던 곳. 하지만 최근 문화레저타운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토마토밸리가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초 경기도 관광펜션 제1호로 지정됐다. 한국적 체류형 리조트의 새로운 장을 여는 토마토밸리, 그 속살을 들여다본다.
● 수상스포츠
시원한 남한강을 배경으로 즐기는 수상스포츠 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수상스키. 강사진이 국가대표급 선수 출신들로 구성돼 강의만 제대로 듣는다면 초보자도 금방 배울 수 있다.
바나나보트나 플라이피쉬는 아무런 강의를 받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수상스키 초보 강습 2회 5만원, 바나나보트 1만원, 플라이피쉬 2만원.
그냥 모터보트를 타고 강변을 드라이브하는 코스도 있다. 보트 한척 당 시간에 따라 3만원~18만원. 물놀이에 지치면 2층에 마련된 비치의자에 누워 선탠을 즐긴다. 굳이 외국을 나가거나 바다를 찾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 야생화전시실
양평꽃사랑 회원 문창환(57)씨가 보유하고 있는 300여종 500여점의 야생화가 전시되고 있다. 강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펼쳐지는 베란다를 따라 마련된 전시공간에는 석곡, 풍란, 두루미천남성, 산작약, 석창포, 무초 등 좀처럼 보기 힘들 야생화들이 꽃봉오리를 맺었다가 떨궈내기를 반복한다.
이중 천남성과에 속하는 석창포는 예부터 군자들이 난보다 더 좋아 곁에 두고 돌보았다고 전해지는 꽃. 피로회복, 신경안정, 진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으며 저렴한 값에 구입도 가능하다.
● 식사 & 캠프파이어 & 숙소
양평 지역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버섯을 재료로 내놓는 생버섯샤브샤브가 일품이다. 샤브샤브를 우려낸 국물에 넣어 먹는 바지락칼국수는 이 집만의 별미.
1인분 1만8,000원. 해발 600m 지리산 운봉에서 사육된 흑돼지도 추천할 만하다. 참나무에 1차로 구워 기름기를 빼는 과정을 거친 뒤 재차 구워먹기 때문에 맛이 독특하다. 바비큐파티와 함께 캠프파이어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밤은 깊어간다.
토마토밸리의 숙박시설은 30명 이상 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방을 비롯, 커플룸, 프렌드룸, 패밀리룸 등 모두 10실이 마련돼있다.
● 카페 화가의 집, 도자기체험
토마토밸리 본관 2층 카페에는 중견화가들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름도 카페 화가의 집이다. 18년간 총무처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해 그만 둔 최예묵(49) 사장이 평소 친분이 있는 화가들에게 부탁, 기증받은 작품이다. 한점 한점마다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수작들이다. 작품감상과 함께 남한강전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맛이 그만이다.
갤러리 한켠에는 스페인에서 도자기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우희숙(41ㆍ여)씨가 운영하는 도자기체험실이 있다. 초보자들 컵, 인형, 화분 등 다양한 작품을 즉석에서 만들어보도록 도와준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도 있어 원하면 자신이 만든 작품을 택배로 집으로 보내준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를 핑계로 다시 이 곳을 찾고 있다고 우씨는 귀띔한다. 이밖에 그외 족구장, 농구장이 마련돼있으며, 이 곳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온천도 즐길 수 있다.
최 사장은 “지금 토마토밸리에 오면 러브호텔의 천국이었던 양평 남한강변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연주회, 전시회를 자주 개최, 몸과 마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031)774-0012~3. www.tomatovalley.co.kr.
/양평=글·사진 한창만기자
■ 싸게 가려면
한 자리에서 여러가지를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비용을 걱정한다면 이들에게는 토마토밸리에서 내놓은 패키지코스를 권할만하다.
10명 이상의 단체에 한해 1박2일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개별적으로 체험할 때의 가격보다 30% 이상 할인혜택을 볼 수 있다.
A코스는 지리산 흑돼지 혹은 생버섯 샤브샤브로 저녁을 한 뒤, 캠프파이어를 즐긴다. 이튿날 조식과 함께 카페 화가의 집에서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고, 도자기체험과 모터보트, 족구장, 농구장 등 운동시설을 이용한 뒤 인근 온천에서 온천욕으로 마무리한다. 1인당 5만5,000원.
B코스는 저녁식사로 흑돼지나 샤브샤브가 제공되며, 카페 화가의 집 커피, 도자기체험, 캠프파이어, 운동시설이용 및 조식이 포함된다. 1인 3만5,000원.
C코스는 지리산 흑돼지 바비큐 석식과 캠프파이어 및 이튿날 조식이 제공된다. 1인 2만5,000원. 성수기에는 기본 가격에 1만원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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