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최근 개발한 초슬림형 브라운관 '빅슬림'(Vixlim·사진)이 세계 각국의 TV 제조업체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자 30인치대 디지털TV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액정표시장치(LCD) 업계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대만의 LCD 선두업체인 AU옵트로닉스의 KY 리 회장은 30일 "빅슬림이 두께가 얇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LCD보다는 훨씬 무겁고 전력소비도 많기 때문에 LCD TV를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디지타임스가 전했다.
대만의 청화픽쳐튜브(CPT)측도 이날 "무게가 58kg이나 되고 전력소비도 훨씬 많기 때문에 빅슬림이 대중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SDI측은 "빅슬림의 소비전력은 LCD TV와 거의 비슷한 190W 정도이고 무게도 48kg"이라며 "LCD 업계에서 양산도 하지 않은 브라운관 기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물 갔다고 여겼던 브라운관으로부터 한방 맞은 LCD 업계가 당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삼성SDI측이 이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6세대 LCD 투자를 해온 대만LCD 업체들의 주력 시장이 30인치대 디지털TV 시장이기 때문. 빅슬림도 30인치대 디지털TV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34인치까지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LCD TV보다 화질이 뛰어나고 가격도 싼 브라운관TV가 퇴출 위기에 몰렸던 것은 두께 때문이었다. 하지만 빅슬림은 기존 60㎝였던 브라운관의 두께를 38㎝로 대폭 줄여 브라운관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이 때문에 발표 직후 일본의 유수 TV업체인 M사와 J사가 기술 미팅을 제안하거나 제품 출시시기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히트 가능성을 내다보고 공급선을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다.
삼성SDI측은 "빅슬림이 LCD보다 화질이 좋고 가격도 3분의1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30인치대 디지털 TV 시장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LCD 업계의 과민반응 자체가 히트를 예감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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