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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교육정책에도 '깜빡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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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교육정책에도 '깜빡이'를

입력
2004.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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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주마다 자동차 번호판에 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다. 주를 대표하는 닉네임들이다. 미네소타주는 호수가 너무나 많아서 '만 개의 호수(10,000 Lakes)'가, 여름 휴가를 위한 휴양지로 유명한 메인주는 '휴가지(Vacation-Land)'가, 하와이에서는 '알로하주(Aloha State)'를 쓰고 있다.매사추세츠주의 '미국의 정신(The Spirit of America)'이라는 번호판은 특히 주목된다. 뉴햄프셔주의 '자유롭게 살지 못하면 죽자(Live Free or Die)'는 번호판도 흥미롭지만, 매사추세츠주의 번호판은 미국의 역사가 시작된 지역으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처음으로 발을 디딘 곳도, 독립전쟁의 유명한 격전지인 콩코드가 있는 곳도 모두 매사추세츠주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보스턴 운전사(Boston Driver)'라는 단어가 있다는 점이다. 보스턴은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험한 운전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보스턴 운전사'라는 말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을 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어 있다. 물론 이것이 '미국의 정신'을 대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한국에 살면서 '보스턴 운전사'를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다. 앞의 차가 조금만 늦게 가도, 파란 불이 나왔는데 조금만 늦게 출발해도, '빵빵'은 보통이고, 먼 불을 켜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경주에서 세계 1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이런 운전 습관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반성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도대체 왜 '깜빡이'를 켜지 않을까? 도대체가 한국의 운전자들은 깜빡이 켜는 것을 마치 터부시하는 것 같다. 좌회전을 할 때도, 우회전을 할 때도, 때로는 끼어들기를 할 때도 깜빡이를 켜지 않는다. 깜빡이는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예의이며, 교통안전과 함께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엊그제 서울시 교육감이 새로 당선됐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교육정책과는 다른 새로운 정책들을 발표했다. 이전에 없애자고 했던 정책을 다시 부활하자고 한다. 만약 그러한 정책이 옳다면, 과거에 문제가 있어서 없앴더라도 다시 부활해야만 한다. 그러나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면 안 될까? 이번에 바꾸는 정책은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신뢰할 수가 없다.

깜빡이를 제대로 켤 수 없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운전하기 전에 운전을 해서 가야 할 곳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을 때다. 이런 경우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있다가 우회전을 하기도 한다. 정책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정책을 이리 저리 바꾸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습관이다. 그냥 켜지 않는다. 새로 임명된 사람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전임자가 실행했던 정책 중에서 좋은 것은 계승, 발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정책을 따라가는 국민들은 너무나 화가 난다. 그것도 교육문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우하는 문제이다. 매년 바뀌는 대학입시 제도, 혼란스러운 학군제, 왔다갔다하는 평준화 정책 등은 매년 새로운 기러기 아빠들을 만들어 내는데 일등 공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조기유학으로 국부가 빠져나간다고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제발 깜빡이를 좀 켜 주셨으면 한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 최소한 10년만이라도 좌회전을 할지, 우회전을 할지 결정해 주었으면 한다. 4, 5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0년을 위한 4, 5년을 만들기 위하여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깜빡이를 켜주면 안될까?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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