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능력평가에서 창사 27년 만에 처음으로 종합평가 1위에 오른 반면 평가제도가 도입된 1962년 이후 42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현대건설은 2위로 내려 앉았다. 그러나 현행 시공능력평가제도의 현실성이 떨어져 평가방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건설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일반·전문 건설업체, 설비업체 등 총 4만3,183개 업체를 대상으로 공사 실적, 재무·경영상태, 기술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한 시공능력평가에서 평가액 4조9,854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4조3,584억원으로 2위로 밀려났으나 공사실적 부문과 기술자 보유 순위에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대우건설(4조2,324억원) 현대산업개발(3조5,560억원) 대림산업(3조4,722억원) LG건설(3조4,420억원) 포스코건설(1조9,407억원) 롯데건설(1조6,522억원) 두산산업개발(1조3,381억원) 한진중공업(1조2,736억원)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시공능력평가 방식과 결과를 놓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대립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 등 상당수 건설업체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는 회계기준을 갑작스레 변경하고, 업체의 실제 능력인 공사실적(가중치 60%) 기술력(20%)에 비해 경영평가(100%)에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바람에 나온 현실성 없는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공사실적, 기술력, 신인도 등에서는 모두 현대건설에 뒤졌지만 유일하게 경영평가에서 1조9,610억원으로 현대건설(4,687억원)을 크게 앞서는 바람에 1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측은 "실적보다는 경영의 안정성을 중시하는게 기업경영의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로 인해 업체의 재무건전성이 제고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국내 업계도 외형 확장이 아닌 내실 경영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사실적, 기술력, 경영능력 등 서로 비교가 불가능한 평가 요소들을 단순 금액으로 환산해 합산한 뒤 순위를 매기는 현행 시공능력평가제도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건설산업연구원 이상호 박사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이나 도급하한제의 근거를 염두에 두고 만든 현행 시공능력평가제도는 왜곡된 평가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발주자들이 건설업체의 분야별 능력 등 정보제공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도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평가방식을 수정할 계획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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