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의 스타로, 국립발레단에서 커플로 춤추다 외국으로 떠난 김지영(26)과 김용걸(31)이 모처럼 국내 팬들과 만난다. 김지영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안무가 서미숙의 신작 '프리미티프'(30, 31일 한전아트센터 공연)에 출연 중이고, 김용걸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여름 발레학교(8월 9∼21일)에 참가해 학생들을 지도한다.김용걸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로 옮긴 건 2000년 1월. 2년 뒤 여름 김지영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으로 갔다. 국내에서 활동할 때 1998년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클래식 발레로 2인무 금상을 받았고,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로미오와 줄리엣' 등 숱한 작품에서 짝을 이뤘던 두 사람은 현재 각자 소속 발레단에서 드미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연습실로 찾아온 김용걸을 보자 김지영이 반색을 했다. "어, 머리 짧게 잘랐네. 훨씬 예쁘다." 김용걸은 김지영의 발부터 쳐다봤다. "발목 괜찮아? 많이 걱정했는데."
김지영은 지난 2년 간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고생하다가 올 봄 한국에 들어와 수술을 받았다. 원인이 된 아킬레스 건 주위의 작은 뼛조각을 빼냈고, 다행히 경과가 좋다. 네덜란드에 도착하던 해 10월 세계적 무용수 호세 카레노의 상대역으로 초청받은 그는 '돈키호테' 쿠바 공연도 부상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부상으로 힘들어 할 때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동료들이 '새 출발'을 외치며 격려해주곤 했는데, 이제야말로 진짜 새 출발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용걸도 발바닥이 안 좋아 한달 가까이 쉬다가 여름휴가를 맞아 들어왔다. "가족의 품에서 행복하게 푹 쉬었다"면서 "치료를 잘 받아서 9월 시즌부터는 제대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파리오페라발레에서 군무로 출발해 2002년 드미솔리스트가 된 그는 지난 연말 2명을 뽑는 솔리스트 승급 시험에서 아깝게 3등을 했다. "열심히 해보고 앞으로 2년 안에 외국에서 계속 활동할지 국내로 돌아올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용 꼬리보다는 닭 대가리가 낫다는데, 주역만 하던 스타가 그보다 한참 아래 등급인 드미솔리스트로 뛰는 게 속 상하진 않을까. 두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기엔 배울 게 너무 많다. 후회는 없고 만족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김용걸. 부상의 터널을 벗어나 재도약을 다짐하는 김지영. 건투를 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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