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문석 부장판사)는 30일 167억원의 채권을 증여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40·사진)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벌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 공소사실 중 73억원에 대해서만 전두환씨의 비자금으로 판단,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5년에 벌금 150억원이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문제의 돈이 1987년 결혼 당시 받은 축의금을 외조부 이규동씨가 10여년간 불려 돌려 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중 73억원은 전두환씨에게서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73억원에 대한 증여세 32억5,000만원을 포탈세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계좌추적 결과 73억원이 전두환씨 관리계좌에서 나온 점, 축의금 등 20억원을 120억원으로 증식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희박한 점, 축의금이라면 왜 그 돈이 전두환씨 비자금 계좌에 들어갔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머지 채권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조세포탈 범죄를 증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거액의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전두환씨의 비자금 일부를 증여받고도 이를 숨겨 죄가 무겁지만 비난 가능성은 피고인보다 아버지 전씨가 더 큰 점을 고려해 형을 감경했다"고 설명했다.
재용씨는 2000년 12월 말 이규동씨에게서 액면가 167억원(시가 119억원)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받고도 71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167억원 중 73억원은 전두환씨 관리계좌에서 나왔다고 밝혀 공소사실 중 증여자에 전씨가 선택적으로 추가됐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73억 추징 가능할듯/법률상 詐害행위 해당
법원이 전두환씨의 비자금으로 인정한 73억원을 국가가 추징할 수 있을까. 전씨는 1997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총 추징액 2,205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533억원만 내 1,672억원이 남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73억원에 대해 "추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추징금은 민사 채권처럼 강제집행이 가능한데 전두환씨가 추징을 피하기 위해 재용씨에게 증여했다면 법률상 사해(詐害)행위에 해당되며 이 경우 국가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내 승소하면 증여금의 소유권이 다시 전두환씨에게 넘어가면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법상 사해행위 취소 소송은 취소 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어 증여가 2000년 12월에 이뤄진 만큼 시효에도 문제가 없다. 국가가 소송에서 이겨 전씨에게 돌아간 증여금을 추징한다 해도 '불법 증여 행위'는 여전히 인정되므로 재용씨는 형사처벌과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소송 과정에서 국가가 전씨 부자의 사해행위를 인정 받으려면 2000년 당시 전씨가 재산이 거의 없었음에도 거액을 증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용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