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0일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 해체 이후로 잘못된 역사의 규명이 되지 않고 지금도 지연되고 있는데 누군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친일 행위와 유신시대 의문사 등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 진상 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제2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로부터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과거사 문제를 단편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것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가적 사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정치인이니까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국가 권력에 의한 국민 침해 행위는 철저히 견제되고 방지돼야 한다"고 의문사위 활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의문사위 활동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면서 강력히 반발, 국가 정체성 논란에 따른 정국 경색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 기여 인정 논란에 대해 "내가 부정적 말씀을 드릴 생각이 없다"고 말해 야당 등의 문제 제기를 사실상 일축했다. 그는 "의문사위의 독립적 권한 행사는 법이 정한 취지대로 가급적 존중할 것"이라며 "의문사위 판단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정치적으로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역사를 바로 씀으로써 경계와 교훈으로 삼는 것은 인류사의 확고한 가치로 자리 잡은 것"이라며 "과거처럼 모든 것을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아닌데 대통령 권력에 대한 인식이 유신시대와 5공 시대처럼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유신시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3기 의문사위 출범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방향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민주화 운동이든 아니든 공권력의 불법 부당한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 침해 행위 등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조사 대상을 민주화 관련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문사위의 국기문란 행위를 용인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대통령 직속기구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월권행위를 한 데 대해 노 대통령은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