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판매가 만화잡지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1, 2년을 못 넘기고 폐간되는 만화잡지가 수두룩한 만화시장에서 ‘허브’(사진)의 독특한 판매방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창간호인 8월호를 낸 월간지 ‘허브’(도서출판 허브 발행)는 일반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는 살 수 없다.
오로지 인터넷(c-herb.net)과 전화(02-2166-2953) 신청을 통한 정기구독만 가능하다. 낱권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만화전문서점 한양문고가 유일하다.
왜 이렇게 험난한 길을 선택했을까. 박관형 편집장은 그 이유를 유통경비 절감에서 찾았다. 책값의 20~30%가 소매 서점 몫이 되는 현실에서, 그것도 많아야 1만부가 팔리는 현실에서 만화잡지를 계속해서 발행하는 일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
“장기적으로 정기구독 독자가 5,000명을 넘으면 어느 정도 수지가 맞을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한양문고 판매분까지 합치면 침체된 만화잡지 시장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같은 정기구독 중심의 판매방식이 기대를 모으는 것은 기존 서점판매 중심의 만화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는데다, 잡지에서 꾸준히 히트작이 나와야 단행본 시장도 살아나는 독특한 시장구조 때문.
만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공사의 ‘오후’와 ‘비쥬’도 단행본 시장의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폐간됐다. 각각 창간 1, 2년만이다. 또한 잡지의 폐간은 곧바로 연재작의 중단과 단행본 출간의 중단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박 편집장은 “‘허브’는 만화가 가장 인기가 높았던 1970년대에 태어난 25~35세 독자를 타깃으로 삼았다”며 “구매력이 있는 이들이 움직여준다면 ‘허브’뿐만 아니라 다른 만화잡지, 나아가 단행본 만화시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브’에는 김진의 7년만의 신작 ‘조우’를 비롯해, 2000년대 최고의 신인으로 꼽히는 말리의 ‘도깨비 신부’ 등이 실렸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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