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은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다. 어떤 경우에도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수백 마리가 모이고 수천 마리가 모인다. 함께 모이니 마음은 든든한데, 이번에는 풀밭의 식사가 문제다.수백 마리 수천 마리가 떼를 짓다 보니 앞에 있는 양들은 풀을 뜯어먹을 수 있어도, 뒤에 있는 양들은 앞의 양들이 그걸 모두 뜯어먹었거나 짓밟아버려 먹을 풀이 없다. 뒤의 양들은 앞으로 나가려고 앞에 선 양들의 엉덩이를 민다. 앞에 선 양들도 점점 걸음이 빨라지고 어느 순간 한 마리가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양들의 위험한 집단 경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앞의 양이 뛰면 뒤의 양도 같이 뛴다. 왜 뛰는지도 모르고 뛴다. 이유는 오직 하나, 무리에서 처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벼랑을 앞에 두고도 멈출 수가 없다. 양들의 슬픈 숙명이다. 스스로도 앞으로 왜 그렇게 뛰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모두 이 죽음의 경주에 참여하여 서로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런 양들을 우리는 불쌍히 여긴다. 그러면서 우리도 우리끼리의 무한경주 속에 우리를 밀어 넣는다. 둘러보라, 당신과 함께 뛰는 주위의 양들을…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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