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가기 전에 빨리 부모님께 갖다 드려라.""우와∼ 뽀빠이 아저씨, 몸짱이시네요. 금메달로 보답하겠습니다."
29일 낮 12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한여름 뙤약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한국 조정국가대표 이윤희(18·180㎝)양이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인기 MC 이상용(60)씨가 아버지 어머니께 전하라며 200만원의 성금을 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잠시 후, 하루 버티기도 힘든 살림에 고생하는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는지, 이양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2004 아테네올림픽 조정 여자1인(싱글스컬) 종목에 참가하는 이윤희양은 충북 충주여고 3년에 재학중인 '아테네 금빛 유망주.' 조정을 시작한지 불과 2년반만에 국내 무대를 평정해 올 초 국가대표에 선발된 악발이다. 이상용씨는 한달전 우연히 이양의 딱한 사정과 효심을 알게 됐다. "눈물나게 가난한 윤희네 소식을 듣고 방송일로 돈이 생길 때마다 2만원, 3만원씩 통장에 넣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은행에서 빳빳한 새 돈으로 바꿨습니다."
이양의 아버지는 간경화 말기, 어머니는 치료비를 벌기 위해 과수원 일을 돕다 나무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상태다. 수입이라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월 12만원이 전부. 이상용씨는 "12만원으로 한 달을 어떻게 살겠습니까. 돈 많은 사람들 고스톱 스리고 하면 10만원인데…"라며 "윤희는 태릉선수촌에서 나오는 하루 2만원의 훈련수당으로 남동생 책값을 보태는 소녀가장"이라고 칭찬했다.
사실 이상용씨 자신도 전과 달리 어려운 처지다. 집도 없어 전세를 옮겨 다닌다. 그럼에도 평생 몸에 밴 봉사활동을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다. "96년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빙자해 돈을 챙겼다는 어처구니없는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겪은 상처가 너무나 컸습니다. 윤희를 돕는 것도 제 가족들에게 얘기 못했습니다. 남 돕는 일 다시는 하지 않기로 약속했거든요." 그가 28년간 벌인 무료 심장병 수술 캠페인으로 새 생명을 얻은 어린이는 무려 567명. 그래서 국민훈장 동백장도 받았다.
이윤희양은 "뽀빠이 아저씨 응원에 힘이 솟는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요즘에도 하루 3시간씩 역기를 드는 이상용씨는 "최선을 다해라. 건강한 사람이 마지막 승자다"라며 이양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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