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여왕(전3권) / 카이 마이어 지음두행숙 등 옮김 / 대산출판사 펴냄, 각권 8,000원
물의 도시 베네치아. 두개골이 열릴 정도의 거대한 입에 상어보다 날카로운 이빨을 감춘 인어를 사육하고, 육중한 돌사자가 하늘을 누빈다. 가상과 실재가 공존하고 공간과 차원이 흔들리며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시공간. 판타지 소설 ‘물의 여왕’의 무대다.
이집트 제국으로부터 베네치아를 지켜오던 물의 여왕이 14살 고아소녀 ‘메를레’의 육신을 빌린다. 그가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일행들과 힘을 합쳐, 이집트 제국에 대적해 베네치아를 구하는 이야기. 도움을 청하기 위해 ‘빛의 제왕’을 찾아가는 길에 맞닥뜨리는 지옥 생명체들과의 전투장면이 압권이다.
소설에서는 계절도 지옥에 들어 사람의 형상으로 바뀐다. 젊고 매력적인 여자인 ‘여름’을 연모하는 할아버지 ‘겨울’. 모든 것을 녹이는 젊은 여름과 모든 것을 얼려야 직성이 풀리는 늙은 겨울의 운명적 사랑도 애틋하다.
소설 말미, 물의 여왕은 베네치아를 구하기 위해 메를레의 몸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물의 여왕이 떠나면 메를레는 죽어야 하는 상황.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신 내놓는 도둑대장의 희생도 뭉클하다.
저자 카이 마이어를 두고 지인들이 했다는 말. “이런 이야기를 지어내려면 조금은 미쳐야 한다.” 읽다 보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2003년 청소년을 위한 가장 좋은 책’에 든 이 책은 지금까지 18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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