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29일 "IMF 위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 의식을 갖기 위해서라도, 전략적으로 위기를 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현 부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제주서머포럼 강연에서 "단순히 인력과 비용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구조개혁으로 착각하고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 부회장은 "한국호 비행기는 60년대에 이륙해 90년대에 1만피트로 뛰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날아갈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호의 두 엔진중 하나인 기업투자와 내수는 작동을 정지했고, 나머지 엔진인 수출마저 기상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환위기 직후 기업들이 사상 최대이익을 낸 것은 환율과 이자율 하락 때문"이라며 "정부는 달러가 들어오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진정한 구조개혁은 안됐다"고 강조했다.
현 부회장은 특히 "과거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잘 될 때 조심하라, 호황일 때 조심하라'며 항상 위기의식을 강조했다"며 "일부러 위기를 조장해야 하고, 전략적으로 위기 조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 부회장의 발언은 '위기 조장론'이 위기를 부른다는 정부의 인식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풀이된다.
현 부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는 강자와 기득권자의 논리이며, 이를 만병통치약인양 착각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차별화한 우리만의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 정책에 대해 "기업지배구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획일적 지배구조보다는 기업문화와 특성에 따른 지배구조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규제에 대해서도 그는 "출자총액제한을 비롯한 제도가 투자를 저해하고 주인의식을 약화시키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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