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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섭외에 울고 웃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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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섭외에 울고 웃는 PD

입력
200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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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PD를 괴롭히는 큰 문제 중 하나는 섭외다. '연락=섭외'이던 호시절이 지난지 오래. PD의 능력이 섭외로 판별될 만큼, 섭외는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섭외는 전쟁이다.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사람을 기어코 출연시키기 위해 혈육과 지인을 통해 호소하거나, 많은 출연료를 제시하거나, 특집기획을 제안하거나, 예전에 함께 일한 정을 들이밀기도 한다.시청률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의 격을 올려주는 데는 '방송에 잘 출연하지 않는 A급 출연자'가 최고다. 문제는 '방송에 잘 출연하지 않는' 부분. 아무리 대단한 스타라도 여기저기 출연하다 보면, 별 감흥을 주지 않는 진부한 출연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출연을 거절하다 보면,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질 수 있다. 출연자들도 참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PD들, 이런 게임에 질려서 덜 알려진 참신한 인물로 덤벼들었다가 고초를 당한다. 프로그램이 '뜨지' 않아서.

물론 섭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그 자체다. '정말 잘 만들면' 섭외가 쉬워진다. 그게 참 어렵다. 때로는 광고도 팔아야 하고, 시청률도 팍팍 올려야 하고, 동시에 공영성도 생각해야 하는 PD들에게 '정말 잘 만든다'는 것은 시지푸스의 신화처럼 바위를 계속 굴리는 일일 수 있다.

언젠가 선배와 함께 어느 가수를 섭외하러 집을 찾았다. 그는 출연 생각은커녕, 쇼 프로 연출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부끄럽고 쑥스러웠다. PD들에게 섭외는 즐거움과 아픔을 주는 성숙의 과정이다. 최근 공을 들여온, 방송출연을 극도로 기피하는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죄인 ○○○ 자수합니다. 출연하겠습니다." PD들, 때로는 이런 맛에 산다.

/홍경수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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