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가 열리고 있는 보스턴 플릿 센터. 연단에 선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좀처럼 연설을 시작하지 못했다. 쏟아지는 박수와 함성 속에 그는 "생큐"를 연발하며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더 큰 갈채의 물결이 그를 맞았다.대회장을 가득 메운 민주당원들에게 딘은 더 이상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패배한 라이벌이 아니었다. 어렵게 말문을 연 딘은 자신의 경쟁자였고 지금은 대선 후보 지명을 앞둔 케리 의원에 대한 찬사와 지지의 서약으로 당원들의 함성에 화답했다. "존 케리가 미국을 세운 사람들에게 이 나라를 돌려줄 수 있도록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딘 뿐이 아니었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도 그랬다. 그는 "백악관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이끌 지도자를 원한다"며 "케리가 바로 그 적임자"라고 외쳤다. 또 다른 경선 후보였던 캐롤 모즐리 브라운 전 상원의원도 "존 케리는 내 할아버지가 품었던 자유가 미국에 살아 있음을 확인해줄 지도자"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들의 웅변과 당원의 환호는 경선 과정의 온갖 이견과 갈등을 녹여냈다. 전당대회장은 백악관 탈환을 위한 의지로 부글거리는 용광로 그 자체였다.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 하나되는 미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서 경선에서 지면 불복하고 당을 뛰쳐나가는 한국 정치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민주당 전대를 참관하기 위해 보스턴을 찾은 많은 한국 정치인들이 하나 되는 미국 정치의 미덕에 감동을 받았을 지 궁금하다.
그들이 경쟁을 총체적인 에너지로 승화하는 정치를 배우고 돌아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김승일 워싱턴 특파원/보스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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