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섭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이영애 춘천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하고, 강 법원장이 사법부 현실에 위기의식을 토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는 먼저 이들의 사퇴 배경과 발언이 적절한지를 논란하기에 앞서, 30년 동안 법원의 중추에서 성실하게 직분을 수행한 고위법관이 스스로 사법부를 떠나며 남긴 말은 충정에 바탕 한 고언으로 곧이듣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기적 동기부터 헤아리고 폄하하는 것은 사법부 안팎 현실에 대한 반성을 스스로 가로막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무엇보다 소홀할 수 없는 것은 개혁과 진보를 앞세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영향 때문에, 법관과 판결의 중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관이 시류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는 고언이 중심이지만, 사법부 밖 시류를 개탄하고 나무라는 의지 또한 뚜렷하다. 이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지금의 사법부를 보는 시각에 따라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그를 낡은 관행에 의지해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이른 고루한 법관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법원의 고뇌와 우려를 과장되게 나마 대변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사법부 개혁에 집착한 나머지, 시대를 가림 없이 지키고 존중해야 할 독립과 중립성마저 위협하고 훼손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는 얘기다.
대법관 후보 제청에 관한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새겨 들을 점이 있다. 시민단체 요구로 후보명단이 공개돼, 임명제청에서 탈락한 법관들의 명예가 손상됐다는 지적을 탈락에 따른 반발로 폄하할 일은 아니다. 개혁은 좋지만, 법관의 고유한 명예심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보면, 이영애 법원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도 되돌아 볼 점이 있다. 대표적 여성 법관인 그의 처지와 무관하게, 지나친 서열파괴가 여성 대법관 발탁의 의미를 오히려 훼손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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