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을 앞둔 백전노장도, 떠오르는 젊은 정치인도 한목소리로 백악관 주인의 교체를 외쳤다. 27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 밤은 미국의 화합과 평등한 기회의 회복을 위해 존 케리 상원의원을 백악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함성으로 넘쳤다.민주당 지도부는 기조연설자로 케냐 출신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배럭 오바마(42) 상원의원 후보를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통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미국 언론들은 현역 공화당 의원이 중도 하차한 일리노이주에서 상원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오바마가 사상 3번째 흑인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상원의원 후보는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오늘 밤 나는 진보적 미국도 아닌, 보수적 미국도 아닌 하나의 미국을 얘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우리는 냉소적 정치에 참가할 것인가 아니면 희망의 정치를 원할 것인가"라고 묻고 "존 케리와 존 에드워즈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해 박수를 끌어냈다.
앞서 '매사추세츠주의 아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을 분열주의자라고 맹공한 뒤 "오늘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부시가 4년 더 집권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케네디 의원은 "부시 정부는 냉전을 승리로 만든 오랜 동맹국들을 경멸했다"며 "우리의 남녀 병사 900여명이 이라크에서 이미 그 대가를 치렀다"고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케네디의 연설을 '지금 미국에 가장 분노하는 계층을 대변한 늙은 자유주의 사자의 포효'라고 표현했다.
가장 청중의 시선이 집중된 연사는 케리 의원의 부인인 테레사 하인즈 케리였다. 케리 여사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인사를 하고 "내 남편은 국가 안보를 책임질 전사"라고 역설했다. 케리 여사는 "미국에서 진정한 애국자는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들"이라며 "지금 우리가 얘기해야 할 진실은 미국이 책무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케리 의원과 경합했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이날 어떤 다른 연사들 보다 박수를 많이 받았다. 그는 "미국의 위대함은 우리의 무기에 있기 보다는 우리의 선의, 우리의 가슴, 우리의 민주주의의 힘에 있다"며 "그릇된 애국주의를 앞세운 강압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힘을 주었다.
/보스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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