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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빈대 잡으려다…

입력
200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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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분양 받은 A씨는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이사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이 팔려야 하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금 같아서는 연말이 돼도 입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사례2) 분당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고 있는 B씨는 얼마 전 나온 재산세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해 낸 세금보다 무려 3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B씨는 "불경기에 대폭 인상된 재산세를 부과한 것은 서민들의 고통을 도외시 한 것"이라며 납세 거부운동도 불사할 태세다.

사례3) 내수침체로 광고시장도 얼어 붙었지만 미국의 주택과 부동산 매물 정보를 소개하는 한 외국계 부동산 중개업소는 일간지에 빠짐없이 전면광고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 면 만으로는 매물을 소화하기 어려운 지 아예 양면을 통째로 털어서 부동산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 첫번째 사례가 주택거래 실종과 역전세난을 말해주고 있다면 두 번째는 갑작스런 재산세 인상의 충격을, 세 번째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해외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투기 망국론'이 나온 게 불과 1년 전이었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정부가 지난 해 발표한 '10·29종합대책'의 핵심은 주택거래신고제의 도입이었다. 집값이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취득·등록세가 2∼3배나 올랐다. 거래는 예전의 10∼20% 수준으로 급락했다.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매기는 투기지역도 대폭 확대됐다. 보유세와 거래세가 동시에 오른 격이다.

또 오피스텔까지 전매제한 조치가 확대됐다. 부동산에서 차익을 남길 수 없게 되자 투기자금은 모두 빠져나갔다. 400조원이 넘는 부동 자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투기를 잡았다고 환호성을 질러야 할 정부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내수의 한 축인 부동산 시장이 곤두박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아파트 분양원가 주요항목이 공개된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 내년 초 도입돼 재건축 아파트들은 일정비율의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한다. 내년부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실거래가로 부동산을 거래해야 하는 부동산 중개업법도 입법 예고됐다. 종합부동산세가 시행되는 내년에는 집 2채 이상을 보유한 17만여 명의 재산세가 446% 오른다. 거래세는 이미 올라 있는데 보유세는 내년에 더 인상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에 더욱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적용되는 것이다.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시행 시기를 잘 택하지 못하면 역효과와 부작용이 크기 마련이다. '접대비 한도 50만원'정책도 방향은 맞지만 굳이 내수가 침체된 때 시행해야 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명분에 지나치게 함몰돼 사실상 모든 거래를 중단시키는 시장파괴 방식으로 부동산 정책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

보유세와 거래세의 세율을 조정하고 투기억제책의 시행시기를 다소 늦춰서라도 거래를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은 없다. 빈대 잡으려다 집마저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창민 산업부장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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