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열린우리당은 2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 장학회 문제에 관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고, 한나라당은 "야당 대표를 뒷조사를 하다니 판을 깨겠다는 거냐"고 반발하며 강경 대응을 모색키로 했다.열린우리당은 정수장학회에 대해 이틀째 맹폭을 가했다. 전날 이 장학회를 '장물 장학회'로 몰아세운 우리당은 이날 진상조사단(단장 조성래 의원)을 발족시키는 등 공세의 고삐를 더 조였다.
우리당은 진상조사에서 5·16 쿠데타 직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 장학회의 이사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군사정권의 불법이 자행됐는지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박 대표에게도 질의서를 보내 당시 인지여부를 물을 방침이다. 진상조사단은 조사의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도 연대키로 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1988년 당시 김영삼 총재가 이끌던 민주당 소속 부산·경남 의원들도 연명으로 (정수장학회 재산의) 반환을 청원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3∼4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한나라당의 내부분열을 부추기기도 했다. MBC기자 출신의 노웅래 의원도 "부친이 사유재산을 부당하게 취득한 것을 알고도 '나는 아무 문제없다'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몰염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수장학회가 MBC의 주식 30%를 보유하고 데 대해 "매매계약서 작성이나 소유권 이전등기 등 법적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으로 돼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격렬히 비난했다. 당 일각엔 소모적 난타전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않지만 지도부는 강성 일변도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우리당은 박 대표에게 장학재단 재산과 직위를 내놓으라고 인민 재판식 분위기로 끌고 가고 있다"며 "공당이 개인의 사적 지위를 박탈해도 좋다고 나서는 데 이런 게 자유민주주의 체제인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당 지도자에 대한 치졸한 흠집내기"라며 "우리는 과거 저들이 했던 공작과 흠집내기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간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덕룡 원내대표는 "박 대표가 국가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국민을 대신해서 한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연히 답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껏 부속실장을 통해 던진 대답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습적 궤변이나 선동으로 국가원수의 권위를 훼손말고 이제라도 흔들리는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또 김 총장은 "측근비리 문제나 대통령 친형의 청탁 건에 대해선 기자회견을 자청해 말씀을 하신 분이 막중한 문제인 국가정체성에 대해선 어찌 다른 사람만 내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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