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생 피살사건의 유족이 경찰의 조속한 사건해결 등을 요구하며 한강에 투신 자살했다.27일 오후 11시43분께 서울 영동대교 북단에서 남단방향 200여m 지점에서 지난 1월 피살된 경기 부천 초등학생 임영규(12)군의 큰아버지 임모(46)씨가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임씨의 시신은 28일 오전 10시30분께 영동대교에서 13㎞ 정도 떨어진 마포대교 중간 지점 강물에 떠내려가다 발견됐다.
임씨는 앞서 27일 오후 8시40분께 영동대교에서 한차례 투신소동을 벌이다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설득으로 40분만에 돌아갔었다. 임씨는 당시 경찰에게 "(조카를 살해한) 범인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경찰이 유영철씨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 자살하려고 춘천에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경찰의 설득으로 현장을 떠났던 임씨는 2시간여 만에 다시 영동대교로 돌아와 상·하의와 슬리퍼, 유서 등을 남겨놓고 한강으로 투신했다. 투신현장에서 발견된 A4용지 크기의 유서에는 "하늘에 있는 영규야, 안녕. 삼촌이다. 보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임씨는 사업실패로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으며 지난 4월에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돈을 내지 못해 73일간 노역을 한 후 춘천갱생보호원에서 지내왔다. 그러다 7년여 만에 조카 영규군의 장례식에 나타난 임씨는 "대가 끊겼다"며 슬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규군의 아버지 임모(43)씨는 "형님이 슬하에 자녀가 없어 영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면서 "그 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고 수사가 장기화되는 데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규군은 올 1월14일 운동을 하러 간다며 친구와 함께 경기 부천시 원미구 집을 나간 후 16일 만에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나 경찰은 지금까지 범인에 대한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임씨가 한차례 투신소동을 벌인 뒤에도 영동대교 현장에 별도의 순찰병력을 배치하지 않아 임씨의 투신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찰은 "설득과정에서 임씨가 '경찰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죽지 않겠다'고 말해 임씨를 돌려보냈고 사건이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해 별도의 순찰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