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형사' 주인공 임은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형사' 주인공 임은경

입력
2004.07.28 00:00
0 0

“저, 공포영화 광이에요.” 임은경(21)에게서 이 말을 들은 것은 뜻밖이었다. ‘눈이 크면 무서움도 많다’는 말도 다 거짓이다. 지난해 ‘품행제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녀이지만, 아직 ‘TTL’ 광고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신비한 소녀 모습이 강한 것이 사실.이런 그녀가 공포영화 ‘인형사’를 찍은데 이어, 스스로 공포영화 광이라고 말하니 “슬픈 멜로 영화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이 민망해졌다.

“지금까지 수백 편 봤어요. 그것도 혼자 방 안에서 불 꺼놓고. 하지만 고등학생 때 본 ‘링’과 ‘13일의 금요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제 자신을 지켜보는 유체이탈 경험도 있죠. 꿈에서 ‘한달 뒤 데려가겠다’는 저승사자도 본 적이 있는데요, 뭐. 재미 있잖아요.”

‘인형사’에서 그녀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인형의 영혼 미나 역을 맡았다.

작은 얼굴, 큰 눈, 긴 검은 생머리…. 외모 자체가 인형같은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배역이다. 깊은 숲속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고 말없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한데, 목 비틀고 천장에 매달아 사람 죽이는 액션까지 펼치니 그야말로 여자 ‘프레디’다.

“유미 언니는 놀라는 역이고, 저는 놀라게 하는 역이잖아요. 그냥 공포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특히 인형의 영혼이 분노에 가득 차서 얼굴색이 달라지는 장면은 수없이 재촬영을 해야 했죠.”

이 말을 하면서 뭔가 쓰다듬는데 자세히 보니 극중에 등장한 인형. 한 개에 싼 것은 50만원, 비싼 것은 100만원을 넘는다는 ‘구체관절인형’이다. 제작진이 특별히 임은경을 닮은 인형을 3개 만들어, 그 중 하나를 선물한 것. “제가 또 인형 마니아거든요. 집에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인형이 300개 정도 돼요.

이번에 ‘입양’하는 인형 이름은 ‘임은경’이라고 지을 거에요. 그래서 나중에 ‘인형사’가 DVD로 나오면 같이 봐야죠.”

등골이 오싹해 말문이 막혀버린 기자에게 그녀가 선수를 쳤다. “3개월 동안 촬영을 하면서 경기 양평 스태프 숙소인 춘사관에 묵었거든요. 그런데 206호에 스태프 4명이 잤는데 새벽이 되니까 5명이더래요.

저도 같은 층에 묵었는데 아쉬워요. 귀신을 한번 볼 기회였는데….”

쉴새없이 경험담을 늘어놓는 그녀는 확실히 예전의 ‘말 없는 임은경’이 아니다. “‘성소’(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기자회견 때는 ‘네, 아니오'밖에 말을 못했던 것, 다 알아요. 무척 내성적이거든요. 영화를 계속 찍다보니 성격도 변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스위트 노벰버’의 샤를리즈 테론처럼 귀여우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멜로 여주인공 역을 해보고 싶다”는 임은경. 그녀는 한창 말 많고 꿈 많은 그 또래의 쾌활한 숙녀가 돼 있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인형사-버림받은 인형의 섬뜩한 복수극

인형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인형사’는 안 보는 게 좋다. 20여년 전 오토바이에 의해 깔아뭉개질 뻔했던 한 인형. 미나라는 그 인형(임은경)은 자신을 지켜준 주인 해미(김유미)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다른 주인과 마찬가지로 해미는 싫증 난 미나를 창 밖으로 버리고, 이때부터 해미에 대한 미나의 애증이 영화를 옭아맨다. 이런 영화를 보고 나서도 집의 인형을 똑바로 쳐다볼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정용기 감독의 데뷔작 ‘인형사’는 무엇보다 관객을 놀라게 하는데 성공할 것 같다.

괜히 문 닫는 소리를 크게 해 놀라게 한다든가, 갑자기 아무 것도 아닌 뭔가가 튀어나오는 익숙한 공포영화 코드도 많지만, 인형을 소재로 한 영화다운 독특한 마력이 있다. 팔이 꺾여져 천장에 매달린 장식용 인형, 꼭 사람이 안 볼 때만 눈꺼풀을 깜빡이는 인형….

그러나 전체적으로 일본만화 분위기를 풍기는 점은 아쉽다. 외딴 미술관에 5명이 초대 받아 각자 방을 배정받는다는 설정은 ‘소년탐정 김전일’의 트레이드 마크. 그 중에 한 명이 위장 침입한 경찰이어서,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다는 미스터리 형식까지 비슷하다.

그래도 얼굴 파래진 임은경의 살벌한 인형연기, 인형이 사람을 사랑하고 버릴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올 여름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 중 가장 섬뜩한 것만은 분명하다.

15세 관람가. 30일 개봉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