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과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그 위의 두 언니와 잠자리를 같이 한다면?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더욱이 이 사실이 들통이라도 난다면, 그 집안은 그대로 풍비박산이다.장현수 감독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이렇게 인륜을 버린 한 남자와 세 여자의 이야기. 그런데도 영화는 도저히 유쾌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기어이 웃음을 찾아내는 마력을 가졌다.
몹시 밝히는 막내 미영(김효진)이 마침내 임자를 만났다. 모든 게 멋진 남자 최수현(이병헌)이 바로 자기 애인이 된 것. 잠자리도 같이 했다. 그러나 행복한 것은 미영만의 생각.
모범생 둘째 선영(최지우)도 은밀히 수현과 사랑을 나누다 처음으로 같이 잤다. 아슬아슬하기는 유부녀인 장녀 진영(추상미)도 마찬가지. 도대체 영화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이땅의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분노를 적당히 가라앉힐 수 있을까.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등을 만든 장현수 감독은 영리했다. 대사와 상황을 끝까지 코미디 색조로 일관함으로써 도덕적 비판을 교묘하게 피했다. 수현과의 잠자리가 무산되자 ‘섭섭하다’고 툴툴거리는 미영이나, 잠자리를 앞두고 열심히 생물학책을 독파하는 선영에게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또 스타 배우들에 대한 관객의 판타지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천박한 부도덕 행위에 대한 거부감도 자연스럽게 해소했다. 이병헌이라는 당대 최고 남자스타의 고품격 매너에 반하지 않을 여성관객이 어디 있으며, 각기 다른 매력을 풍기는 세 여자배우의 저돌적인 공격에 무너지지 않을 남성관객이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수현이 이놈, 결국 나쁜 놈이구먼!” 또는 “뭐 저런 여자 애들이 다 있어?”라는 반응이 나오게끔 하는 걸 보면, 영화는 한편의 잘 만든 섹시 코미디이다. 아일랜드 영화 ‘어바웃 아담(About Adam)’을 리메이크했다. 18세관람가. 30일 개봉.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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