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김영란(48ㆍ여ㆍ사시20회) 부장판사가 대법관에 임명제청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일부 법원장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법부에 '파격적 대법관 제청'에 따른 후폭풍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대법관 제청이나 정기인사 전후에 승진에서 누락된 고참 법관들이 용퇴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인사철이 아닌 때 법원장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고위 법관들의 사표도미노로 이어질 경우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강병섭(55ㆍ사시12회)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이영애(56ㆍ여ㆍ사시13회) 춘천지법원장이 최근 손지열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두 사람은 이번 대법관 인선과정에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에 후보로 추천됐었다.
강 법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사표를 내지 않았으며 휴가기간 동안 생각을 정리해 다음달 9일 입장을 밝히겠다"며 "지금 입장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예상하듯 신임 대법관 제청에 대한 반발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관 후보 추천과정에서 명단이 공개되고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법원에 대해 점점 영향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일부 법관들이 명예에 손상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사의 표명이 대법관 인선과 무관치 않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법원이 중대한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면서 "현직 법관이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는 옷을 벗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법원장은 "26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확인했지만 "물러날 때가 돼 물러나는 것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법원 안팎에선 두 법원장의 사의 표명이 사법시험 기수가 각각 7, 8회 아래인 후배 법관의 대법관 제청에 따른 부담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모두 27명에 이르는 사시 11~13회 법원장급 인사들 뿐 아니라 20회 이상 부장 판사급도 이번 제청 이후 상당히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관 제청을 두고 ‘전형적인 청와대 코드 맞추기 인사’라는 분석이 법관들 사이에 파다하다”며 “개혁이라는 명분때문에 조직의 안정성까지 와해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널리 퍼져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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