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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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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경남 함양은 인근 산청과 함께 오지중의 오지로 꼽혔습니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끼고 있으니 충분히 상상이 가실 겁니다. 88고속도로와 대전-진주고속도로가 나면서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이 곳을 오가기란 쉽지 않습니다.그래서인지 이 지역 여행객은 수도권 등 먼 곳보다 인근에서 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관광지 역시 전국의 여타 명소처럼 주변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은 아닙니다.

상림만 해도 그렇습니다. 적지않은 규모이지만 변변한 주차장조차 없습니다.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숲 옆으로 난 도로변에 대충 주차를 합니다. 그래도 혼잡할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그만큼 외지 관광객이 많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상림을 찾는 대부분은 현지주민들입니다. 복장을 봐도 그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간편한 운동복차림으로 숲을 거닐고, 런닝차림으로 이 곳을 찾는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어린이들은 자전거가 주요한 교통수단입니다.

숲속에 조성해놓은 물레방아와 분수대 앞에서 아이들은 발가벗고 뛰놀고, 어른들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 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아무데나 자리를 펴고 앉아 음식을 먹기도 하고, 술 한잔 들이킨 뒤 그늘진 정자에 드러누워 오수를 즐기는 분들도 눈에 띕니다. 다른 관광지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자칫 여행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상림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상하리 만큼 자연스러웠습니다. 낯선 이방인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먹고 마실 것을 권하는 곳, 그게 상림입니다.

보통 여행취재를 가면 한 동안은 말도 얼굴도 물도 낯설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상림에서는 내내 편안함과 친근함을 가졌습니다. 천년세월을 숲과 함께 해온 그들은 아마도 모든 것을 동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최치원 선생이 부린 신통력을 그들도 지녔나 봅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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