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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뽀송뽀송한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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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뽀송뽀송한 여름나기

입력
200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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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뽀송'은 그 말의 느낌부터 참 뽀송뽀송하다. '잘 말라서 물기가 아주 없다'는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그 느낌을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뽀송뽀송은 그냥 '단순 건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잘 마름 속에 부드러움과 쾌적함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그러면 대체 얼마나 부드럽고, 얼마나 시원하며, 또 얼마나 잘 마른 느낌이 들어야 뽀송뽀송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갑자기 생각나는 건 많지 않지만, 이런 정도면 어떨까. 풀을 해 그늘에 잘 말린 모시 수건을 가만히 손안에 쥘 때의 느낌이 꼭 그러하지 않을까. 바람 시원한 마당가에 멍석을 깔고, 그 위에 돗자리 한 닢 더 깔고, 거풍 잘 시킨 삼베 홑이불을 종아리에 감고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잘 때의 느낌 또한 그러하지 않을까. 아침 이슬에 적셨다가 한낮 땡볕에 바짝 부풀린 여름 솜요에 맨 등을 댔을 때의 느낌은 또 어떨까.

책상 앞에 앉아 하루종일 뽀송뽀송에 대한 생각만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아내가 그런 뽀송뽀송함은 모두 지난날의 추억 속에서만 있는 거니까 열심히 원고나 쓰라고 한다. 그래, 당신이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오늘 참 무지 덥다 정말….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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