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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

입력
200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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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한 '아이, 로봇'. 윌 스미스 앞에서 눈동자를 굴리는 로봇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써니'다.윌 스미스 제작ㆍ주연의 ‘아이, 로봇’(I, Robot)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논리적 추론이 필요하다. 일단 SF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40여년 전 창안한 ‘로봇 3원칙’을 논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영화 서두에 자막으로 나온다!).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둘째, 로봇은 1원칙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1, 2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여기서 돌발 퀴즈 하나. 이러한 3가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이 가능할까? 인간을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져도, 또는 자기방어를 위해 인간을 공격해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로봇은 제1원칙 때문에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영화에서는 로봇이 이 3원칙을 충실히 지키면서 인간을 무참히 학살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를 가능케 한 제작진의 상상력이 기발할 뿐이다.

인간의 안락한 삶을 위해 로봇이 대량생산되는 2035년 미국. 이상한 로봇 하나가 탄생한다. 그의 이름은 ‘써니’. 감정도 있고 고민도 많다. 로봇으로서 감히 “난, 누구죠?”라고 묻고, 해체 직전에는 “살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

다짜고짜 자신을 공격한 이 로봇 때문에 골치 아픈 시카고 경찰 스프너(윌 스미스)에게 더 큰 일이 벌어진다. 수많은 로봇이 떼거리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

사실 이러한 로봇의 정체성 탐구문제나 인류습격에 대한 두려움은 할리우드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문 분야.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는 사이보그인 여자 군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뤘고, 안노 히데야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폭주하는 생체로봇 에반게리온이 나온다.

하기야 일본 애니메이션 로봇의 시작을 알린 아톰부터 스스로 알아서 하늘을 날았다. 사람이 타거나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마징가Z와 철인28호가 오히려 별종이었다.

그러나 ‘아이, 로봇’은 제작비 1억2,000만달러를 투입한 블록버스터답게 최첨단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이러한 경험부족을 벌충한다. 우선 로봇 써니의 독특한 외양.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로봇답게 얼굴은 창백하고, 눈동자는 투명하며, 팔 다리 근육은 그대로 노출됐다.

그러면서도 날렵하고 힘이 넘치는 모습은 근육질의 ‘로봇 캅’을 능가한다. 써니와 같은 기종의 로봇 수천 기가 창고에 갇혀 해체를 기다리는 장면, “피조물은 창조주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인간을 공격하는 순간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보는 것같아 섬뜩하기만 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존 넬슨, ‘글래디에이터’의 특수효과를 맡은 WETA 등 화려한 스태프가 이같은 미래의 세계를 그려냈다. ‘쇼타임’에 이은 윌 스미스의 두 번째 제작 작품. 감독은 ‘크로우’ ‘다크 시티’의 알렉스 프로야스. 12세관람가. 29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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