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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어린 날 봇도랑 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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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어린 날 봇도랑 뒤지기

입력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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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봇도랑이 무엇인지 잘 모를 것이다. 봇도랑은 냇물에 보를 막아 그 봇물이 논으로 흘러 들어가고 또 흘러나올 수 있게 만든 작은 도랑이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해도 마을마다 그 봇도랑에 얽힌 시골 아이들의 추억까지는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시절 여름방학이면 동생과 나는 거의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봇도랑을 뒤졌다. 내가 체를 들고 "화원아, 고기 잡으러 가자" 이러면 동생은 얼른 주전자를 들고 따라 나선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라, 하루에 동네 아이들 열 팀은 그 봇도랑을 뒤진다. 그런데도 그 작은 봇도랑에 미꾸라지와 종개, 용곡지가 마를 날이 없었다.지금은 봇도랑을 뒤질 아이도 없지만, 봇도랑에 노는 고기도 없다. 농약을 쓰기 시작한 다음 거의 씨가 말랐다. 수백마리 수천마리가 밤하늘에 작은 불빛을 이을락 끊을락 날아다니던 반딧불도 비슷한 시기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도 시골집 마당에 모이면 동생은 지금도 그때의 봇도랑을 얘기한다. 자기도 주전자 대신 체를 들고 고기를 잡고 싶었는데, 형이 한번도 체를 주지 않았다고 지금도 술만 마시면 응석을 부리듯 투덜거린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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