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00자 춘추]'음악수준' 하나만 보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00자 춘추]'음악수준' 하나만 보라

입력
2004.07.27 00:00
0 0

북구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음악 강국임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인구 515만명으로 서울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높은 수준의 오케스트라와 음악교육기관들이 있다. 특히 이 작은 나라에서는 최근 훌륭한 지휘자들이 많이 배출되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이러한 음악문화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마디로 '집중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나라에는 소수의 수석 단원만 상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많다. 그러다가 공연의 종류에 따라 우수한 음악가들이 도시를 옮겨 다니며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소수의 수석 단원들에 의한 음악적 밀도는 그 악단의 개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부족한 음악인구를 집중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높은 수준의 음악문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의 교향악단들이 한결같이 호소하는 것이 예산부족이다. 그 이유로 많은 교향악단들이 상임 지휘자도 없이 꾸려가고 있다. 저마다 이유도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의 문제점은 한마디로 관심이 '음악 수준'에 집중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직업음악단체의 목적은 지역 음악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자치단체장의 문화분야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음악가가 그 지방의 텃세에 밀려 오디션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보거나, 얼마 안되는 예산을 그나마 방만하게 써서 적당히 나눠먹기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한국적 교향악단 운영법으로 자리잡는 것을 볼 때 정말 우리나라에서 음악발전은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이고, 서양음악의 역사는 일천하며, 음악단체의 운영수준은 국제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먼 나라 핀란드의 예가 우리의 모범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박영민 지휘자 추계예대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