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리 동네 정말 좋아지겠네요…." "미군기지가 떠난다니까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아요." 전국 주요 도시의 16개 미군기지가 2008년까지 조기 반환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26일 해당 지역 주민들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세월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군기지가 빠져나가면 주민들의 꿈이었던 대규모 공원과 레포츠 단지 건립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기지의 경우 정부와 서울시가 80여만 평에 달하는 용산민족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며 대구 기지 활주로에는 왕복 8차로 도로가 만들어져 도심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부평 미군기지 땅에는 청소년회관 등 교육·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지역발전 기대가 부풀고 있다.
서울·수도권―공원, 행정타운 등 건립
용산기지 활용방안은 용산민족공원 조성으로 거의 굳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와 서울시 중 어느쪽이 땅값을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세계적인 규모의 도심공원 조성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기 북부지역 지자체들도 의정부, 파주, 동두천 등의 미군기지부지 활용을 위해 용역에 들어가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의정부시는 작년부터 캠프 폴링워터를 위락시설로 개발하는 등 내용의 '2020기본도시계획'을 마련해 부지활용방안 검토에 나섰다. 캠프 시어즈에는 의정부지원과 지검 등을 이전시켜 광역행정타운으로 꾸밀 계획이다.
의정부시 송산동의 김모(32)씨는 "미군이 빠져나가면 군사도시라는 수십년 굴레를 벗어 던지고 지역발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녹지와 행정타운 등이 들어서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두천시도 캠프 님블 부지에 스포츠공원과 공연장 등을 짓는 내용의 도시기본계획 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 올10월께면 구체적인 활용방안이 나온다. 파주시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 주거단지, 대학, 벤처 육성시설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부산―도로확충,도심공원 조성
대구 남구 봉덕동 A3비행장 인근에 사는 김현균(40)씨는 "A3 헬기장은 주변 민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어 수십 년간 소음 등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대구의 노른자 땅을 차지하고 있는 미군부대가 일부나마 반환돼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미군시설 때문에 수십 년간 소음에 시달리는 등 불편을 겪어온 대구 시민들에게도 기지이전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쁜 소식이다. 대구 남구는 캠프워커 헬기장 부지로 청사를 옮겨가고 주상복합 레포츠 단지를 짓기로 했다.
부산 연지동 하얄리아 부대 부지도 반환시기가 당초 2011년에서 2007년으로 앞당겨짐에 따라 부산시는 내년부터 이전부지에 대한 공원개발계획 국제공모전을 여는 등 공원화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이른 시일 안에 주거·상업부지인 부대부지를 자연녹지로 용도변경하고 부지 소유주인 국방부에 땅의 무상사용 등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춘천·원주―군부대 시설로 유지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류종수 춘천시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기지이전 대책 기획단을 만들어 부지활용을 연구할 용역을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춘천 캠프 페이지 일대는 대규모 공원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춘천시가 토지매입비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아직 부지활용 방향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원주 미군부대 부지의 경우 일단 한국군으로 귀속되고 국방부도 계속 군사용도로 사용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주민들은 "그동안 미군기지 때문에 원주 북부지역의 발전이 늦어졌다"며 "기지 반환 이후에도 시민들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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