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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5>재벌과 기업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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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5>재벌과 기업지배구조

입력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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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 삼성, 현대일 정도로 재벌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말이 됐습니다. 한국말이 그대로 영어에서도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것은 ‘chaebol’이라는 말이 거의 유일합니다.재벌은 지난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비난받기도 합니다. 은행 빚으로 과잉투자를 했다는 지적에 따라, 총수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 도입과 구조조정이 진행됐죠. 이런 개혁 조치를 상징하는 키워드중 하나가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입니다.

기업지배구조란, 기업 운영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주주, 은행, 경영자, 종업원)간의 책임과 권한의 구조를 뜻하는, 말하자면 기업의 권력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건실한 경제를 건설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대의 슐라이퍼 교수는 “효율적 지배구조란 투자자가 수익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고, 동시에 기업 통제자(오너)의 사적 편익을 최소화하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또 효율적 지배구조의 조건으로 일정 지분을 가진 대주주(또는 대(大) 대부자)의 존재를 들었죠.

소액주주들은 지분이 작아 감시의 동기가 약하거나 남의 감시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또다른 조건은 소액주주 권익에 대한 보호 장치입니다. 책임을 질 대주주의 존재와 소액주주 보호 장치의 병존이 효율적 기업지배구조의 조건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한국 재벌은 어떨까요. 소액주주 보호가 약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대주주도 존재하지 않죠. 오너가 있는데 대주주가 없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 하겠지만 여기에 재벌 문제를 보는 핵심이 있습니다.

기업유형을 둘로 나누면,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는 ‘소유자 통제 기업’과 분산된 소유구조를 가진 ‘전문경영자 통제 기업’이 있죠. 전자는 전문경영인의 ‘대리인 비용’(agency costs: 대리인이 주인 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경향 때문에 생기는 주인측의 손해 비용)이 없는 반면, 소유자의 독단에 의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기 쉽죠.

후자는 대리인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전문경영자의 전문성이라는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오너가 있다는 사실에서 재벌을 전자형으로 보기 쉬운데, 재벌은 제3의 유형인 ‘소수자 통제’(controlling minority structure) 기업에 속합니다. 통제자의 실제 지분은 적으면서도, 피라미드형 지분구조와 순환적 주식 소유에 의해 개인 지분보다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재벌은 앞서 두 유형의 단점인 소유자 독단과 월급쟁이 사장의 대리인 비용을 다 안고 있는 최악의 구조일 수도 있는 반면, 고도 성장기에는 신속한 추진력과 공격적 경영이라는 장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방되고 복잡해진 현재의 경제환경에서는 일정 부분 변신을 요구받고 있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의 조건에 비춰볼 때, 그 방향은 우선 감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 대부자’인 은행의 발언권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겁니다.

둘째로는 집단소송 등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겁니다. 반면 사외이사제 도입 등은 대개 우호적이고 편한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 가지고는 별 힘을 발휘할 수 없죠. 즉 오너가 마음껏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해주되 회사나 다른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면 엄격히 책임을 묻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이근/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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