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일본 도쿄(東京)에 명문 공립학교 부활을 위해 개교하는 첫 중고 일관교(一貫校)인 하쿠오(白鷗) 고교의 중학교 과정 역사교과서 채택을 놓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시민단체의 공방이 시작됐다.중고 일관교는 진학실적 향상 지도자 육성 일본의 전통문화 교육 등을 내걸고 중고 과정 전체를 장기적 안목에서 지도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설립되는 6년제 학교.
'만드는 모임'은 하쿠오 고교의 상징성을 겨냥, 2001년 군대위안부 부인 등의 내용을 담아 출간해 역사왜곡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역사교과서를 이 학교가 채택해 주도록 도쿄도 교육위원회에 채택 신청을 하고 물밑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만드는 모임'의 발빠른 움직임에는 하쿠오 고교가 자신들의 교과서를 채택하면 내년 초 전국 중학교의 교과서 신규 채택과 내년 4월의 개정판 검정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만드는 모임'측 인사들은 내달 도쿄도 교육위원회 결정을 앞두고 지난달 자민당의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소속 지방의원 심포지엄 참가,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만드는 모임'은 후원자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의 후광에다 학교에서의 국가제창·국기게양 의무화를 적극 지도해 온 교육위원회의 보수 우경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시민단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워크', 재일한국청년회중앙본부 등은 20일 집회를 갖고 채택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군대위안부와 난징(南京)학살을 부정하는 '만드는 모임'의 역사교과서는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며 "이번 싸움이 내년도 교과서 검정·채택 공방의 전초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만드는 모임'측은 "한국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민단과 일본 좌파가 독립된 교과서 채택 결정권을 가진 교육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며 일본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2001년 한일간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던 '만드는 모임'의 역사교과서는 현재 사립 7개교, 에히메(愛媛)현립 3개교, 도쿄도립 양호학교와 에히메현립 농아학교에서만 사용되고 있어 채택률 0.039%, 사용권수 521권에 불과하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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