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느냐 마느냐.대여 강공방침을 굳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유신체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중이다. 박 대표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대표선출을 계기로 주변에선 어떤 식으로든 '아버지의 유산'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은 박 대표의 대여 전면전 발언이후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내의견은 고심하는 박 대표마냥 의견이 엇갈린다. 이 참에 사과해 털고 가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여권의 흠집내기 의도에 말릴 뿐이라며 무시해야 한다는 반론도 크다.
사과론은 측근인 박세일 의원이 맨 먼저 꺼냈다. 박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70%의 공(功)이 있는 반면 민주화 후퇴에 대한 30%의 과(過)가 있다"며 "한국의 지도자가 될 박 대표가 이 부분을 적절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지금보다 더 큰 정치인이 될 때는 역사와 대화를 해야 하므로 박 전 대통령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박 대표가 사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연좌제도 없는 국가에서 난데없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한다는 게 무슨 난센스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의 사과는 국가정체성 위기를 앞세운 대여공세의 초점만 흐릴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날 유신체제와 관련, "과거에 부정적인 면이 있었고 잘못됐으며, 당시 피해 입은 분들에게 미안하다고 이미 사과했다"며 "돌아가신 지 24년이나 되는데 24년 전부터 했고 정치인이 돼서도 그런 말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늘 해오던 말이다. 오히려 그는 "경제를 돌보고 민주정치를 위해 힘써야지, 매일 그 이야기만 하느냐"며 사과론을 여권의 정치공세 정도로 깎아 내렸다. 설혹 사과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란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을 포함시킨 친일진상규명법과 마찬가지로 사과론의 이면에 자신을 낙마시키려는 여권의 음모가 숨어있다는 불신도 있다. 한 측근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보고누락, 의문사위의 간첩 민주화 인정 등 따질 게 한 두개가 아니다"며 "지금은 여권을 압박할 때"라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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